코로나 급락장서도 ESG펀드 수익률은 선방…그린뉴딜과도 맞물려 투자자 관심↑NH, 환경담당애널조직 구성·관련 인덱스개발 추진…·SK·KB, ESG 채권발행서 존재감 두각
  •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금융투자업계도 관련 투자 역량 강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설정된 ESG 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올해 2월 기준 3869억원으로 2년 전 1451억원 규모에 비해 무려 266.6% 급증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3개월간 국내 ESG 펀드에는 153억원이 순유입돼 최근 순자산이 3869억원을 상회한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에서 1조4000억원, 채권형 펀드에서 3조100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하락장에서 코스피지수나 주식형펀드에 비해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국내 ESG 펀드(ETF 포함)의 지난 3~5월 수익률은 –9.41%로 코스피(-12.94%)와 주식형 펀드(–12.23%) 수익률을 앞섰다.

    이같은 현상은 코로나 이후 환경보호가 인류 생존의 문제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여느 때보다 강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유럽과 미국은 물론 신흥국에서도 환경 보호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 이후 전세계적으로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관련사업에 정부 정책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그린뉴딜을 중심으로 한 한국판 뉴딜정책은 ESG와도 맞물려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0년 이후 글로벌 주식펀드 시장에서 주식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사회책임투자 관련 주식펀드로는 확대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사회책임투자 지수가 일반 지수를 앞서가기 시작했고, 사회시스템이 변화하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유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책임투자펀드로 신규 투자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도 이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ESG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는 지난해 증권사 최초로 기업의 ESG 역량을 분석한 ESG 레포트를 발간하고, NGO 단체와 천사펀드를 운용해오는 등 관련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환경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증권사 최초로 환경산업 담당 애널리스트 조직을 새롭게 꾸렸다. 채권과 퀀트를 포함한 ESG 이슈 자료 발간은 물론 기업분석 리포트에 'ESG 인덱스·이벤트' 지표를 추가했다. 또한 지난 4월 지속가능발전소·탱커펀드와 자체 ESG 인덱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관련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 기후금융사업 특화해 사업을 이끌고 있는 SK증권은 최근 ESG 채권 발행시장에서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다.

    SK증권은 지난 2018년부터 14개사에 대해 17건 26조2000억원의 ESG채권 대표주관 및 인수단으로 참여했고, 지난 6월 ESG 1000억원 규모의 KB국민카드 ESG 채권 발행을 주관했다. 앞서 5월에는 금융취약계층 지원 목적으로 신한카드 ESG채권 1000억원을 주관했다. SK증권은 기후변화 대응 및 저탄소 기술 지원 프로젝트를 이행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산하 기구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에 국내 금융투자사 중 유일하게 가입한 회사다.

    KB증권은 지난해 국내 발행 원화 ESG 채권 발행금액의 44.5%인 1조4700억원어치 주관을 맡은 데 이어 올해 들어 2300억원 규모 현대캐피탈 소셜본드와 1100억원 규모 TSK코퍼레이션 그린본드 발행을 주관했다.

    자산운용업계도 ESG 투자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브이아이자산운용은 지난달 자산운용사 최초로 ESG 투자를 위한 전담 본부인 ESG운용본부를 구성했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ESG 투자 확대가 가속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브이아이자산운용은 하이자산운용 때부터 ESG 투자를 회사의 장기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전사적인 차원에서 투자를 강화해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채권형 ESG 펀드인 '미래에셋지속가능ESG채권 펀드'를 출시했다. SRI를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된 이 펀드는 신용등급 AA- 이상 상장사 중 ESG 평가등급 B+ 이상인 기업 채권과 ESG 목적발행채권이 투자 대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앞서 2004년 설정한 국내 주식형 ‘미래에셋좋은기업ESG펀드’, 해외 주식혼합형 ‘미래에셋글로벌혁신기업ESG펀드’, 국내 주식 ETF ‘TIGER MSCI KOREA ESG 시리즈’ 등을 운용하며 ESG 관련 트렉 레코드를 쌓아왔다.

    이와 관련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투자자들은 다양한 부분에서의 이벤트 발생 리스크를 과거보다 더욱 심각하게 고려하게 됐다"면서 "개별 기업에서 비재무적인 요인의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도록 투자자들은 향후 투자 판단에 있어 ESG를 더 중요하게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연구원은 "ESG에 대한 관심과 투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요구는 높아질 것이고 당국도 이를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