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땐 대규모 퇴출 사태→뱅크런"적기시정조치, 선제적 차원 … 줄도산 우려 상황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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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은행중앙회
    상위권, 하위권 가리지 않고 힘들다. 지난 2011년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의 악몽이 어른거린다. 일각에선 '저축은행 태생의 한계'가 갈수록 두드러질 거란 비관론이 고개를 든다. 이에 맞서 저축은행들은 "뱅크런은 없다"고 항변한다. 그들은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주장하는 것일까. 희망을 현실이란 땅에 안착시키려면 든든한 다리가 필요할 것이다.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다음주 중 저축은행 4곳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다만 당국의 규제 조치가 14년 전과 같은 대규모 인출사태(뱅크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의 시각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연쇄적 파산' 구조와 다르고 예금자의 손실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업계 '톱10' 상상인·페퍼도 적기시정조치 대상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9일 정례회의에서 저축은행 4곳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적기시정조치는 금융기관의 BIS 비율(자기자본비율) 등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경우 당국이 선제적으로 내리는 규제 조치로, 경영개선을 요구하는 절차를 말한다.

    권고·요구·명령 등 3단계로 나뉘며, 권고 조치를 받으면 대주주 증자 유도, 부실 채권 정리, 내부 구조조정 등 개선 노력을 실행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개선이 없으면 요구·명령 단계로 진행되는데, 최고 단계인 '명령'을 받으면 영업정지 또는 합병·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자산 규모가 업권 10위 이내인 페퍼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부과 여부와 조치 단계다.

    페퍼저축은행은 인천·경기 지역을 주 영업기반으로 삼고 있으며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자산 규모 7위다. 하지만 지난해 3·4분기 누적 당기순손실 762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구조가 이어졌다.

    BIS 비율이 하락하면서 당국의 주목을 받게 되자 페퍼저축은행은 잇따라 유상증자를 하는 등 자금을 조달했다. 자본 확충을 통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와 2023년에도 각각 200억원씩 수혈했고 지난달 27일 100억원, 지난 10일 200억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외에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서울 소재의 상상인저축은행은 업계 10위이지만 당국으로부터 매각명령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9년 불법대출 사건이 불거지면서다. 이에 OK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이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는데, 상상인저축은행은 이번에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되면 가격 협상에서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

    다만 상상인저축은행은 다음주 중 적기시정조치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실적을 발표했다. 당국의 경영실태평가는 지난해 6월 진행됐는데, 이후 경영개선을 통해 4분기엔 영업이익 90억원을 잠정 기록하는 등 흑자 전환을 했다는 것이다. 이재옥 상상인저축은행 대표는 "올해 연간 흑자 전환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뱅크런' 재현 우려에 … "과거 대규모 퇴출 사태와 달라"

    그럼에도 업계 상위권의 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를 앞두고 있자 이후 벌어질 수 있는 '뱅크런' 가능성에 금융권은 예의주시 하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업황의 악화가 14년 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태를 답습한 데 따라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상기시키는 탓이다.

    하지만 이번 적기시정조치는 2011년 저축은행 줄도산 사태와 다르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의 시각이다.

    당시에는 업계 전반의 부실로 20여개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고 이로 인해 소비자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대규모 뱅크런이 발생했다. 반면 이번에는 업계 전체가 아닌 일부 저축은행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당국의 선제적인 '핀셋'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광범위한 뱅크런 사태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예금자 보호 제도도 강화됐다. 현재 저축은행 예금은 예금보험공사에서 1인당 최대 5000만원을 보호한다. 업권의 특성상 저축은행 예금자의 예금 규모가 5000만원 이상의 고액인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자 불안감은 크게 널뛰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011년엔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규모로, 연쇄적으로 파산이 이어졌지만 지금은 그때와 같은 '도미노 퇴출' 가능성이 작은 상황"이라며 "당국에서도 소비자 불안을 고려해 예금 보호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재현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만한 정도로 업계가 위험한가라고 한다면 과거와는 다른 것 같다"라며 "이제는 감독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은행 수준의 규제를 하고 있고 업권과 당국이 관리를 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에 14년 전과는 다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