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식 사과 나선 홈플러스 … 회생 절차, 주주가 가장 큰 희생 감수하는 과정상거래채권 3400억 상환 완료 … 영업 정상화 속도조주연 사장, 소상공인 채권 우선 지급 … 협력사의 양해 필요김병주 MBK 회장 사재출연 김 부회장 "이 자리에서 이야기 할 문제 아냐"
  • ▲ 김광일 MBK 부회장 및 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 ⓒ김보라 기자
    ▲ 김광일 MBK 부회장 및 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 ⓒ김보라 기자
    "부도가 나면 유통업체인 홈플러스가 무너진다. 기업회생 절차는 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부회장을 겸하는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기업회생 절차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4일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한 지 열흘 만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협력사, 임대점주 및 채권자들에게 상거래채권 지급 진행 상황과 상품 공급 안정화 현황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회사의 정상화 의지를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단기 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락한 뒤, 4일 자정 무렵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MBK는 지난달 27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통보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이틀 전인 25일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 하락 가능성을 전달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김 부회장은 "기업회생 신청을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다"며 "신용등급 하락 후 긴급회의를 통해 검토하고 실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회생 절차는 주주가 가장 큰 희생을 감수하는 절차"라며 "MBK도 홈플러스에 3조1000억원을 투자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성진 홈플러스 재무관리본부장도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과 관련한 1차 통보는 25일에 받았지만 825억원 규모의 매입채권 유동화 절차는 이미 24일에 완료됐다"며 "신용등급 하락과 무관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 김광일 MBK 부회장 및 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 ⓒ김보라 기자
    ▲ 김광일 MBK 부회장 및 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 ⓒ김보라 기자
    홈플러스는 지난 6일부터 상거래채권을 순차적으로 지급 중이며 지급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13일까지 총 3400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이 상환됐고 현재 약 16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영업을 통해 매일 현금이 유입되고 있어 잔여 채권 지급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협력사와 임대점주들의 협조 속에 대형마트, 슈퍼, 온라인 거래 유지율은 95%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쇼핑몰(99.9%), 물류(100%), 도급사(100%) 등도 회생 절차 개시 이전과 다름없는 운영 상태를 보이고 있다.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은 "이번 회생 절차로 인해 불편을 겪고 계신 협력사, 입점주, 채권자 등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많은 분들의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채권을 한꺼번에 상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상공인과 영세업자의 채권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대기업 협력사의 양해가 꼭 필요하다. 대기업 협력사들이 조금만 양보해 준다면 분할 상환 일정에 따라 반드시 모든 채권을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부회장은 "중소·영세 협력사에 대한 상거래 채권을 우선 변제하고 대기업은 6월부터 순차적으로 변제될 예정"이라면서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강태규 그로서리&비식품부문장 상무도 "중소·영세 협력사에 대한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대기업은 조금만 기다려주면 100% 변제하겠다고 양해 말씀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도 중단됐다.

    조 사장은 "현재 구조조정이나 익스프레스 매각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회생 절차를 거친 후 회사의 상황이 달라지면 검토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는 오는 6월 3일까지 이해관계인의 권리 조정, 변제 방법, 채무 조정 방안 등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 요구에 대해서는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답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주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홈플러스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