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차세대 서버용 CPU 생산 맡아파운드리 절대강자 TSMC 꺾을 '절호 기회'2년전 도입 7나노 EUV 공정서 '차별화' 성공부분적 EUV 도입 TSMC에 판정승발목잡던 고객 유치 '숨통'... '2030시스템반도체 1등' 성큼
  • ▲ 7나노 EUV 공정 전용 V1라인이 구축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삼성전자
    ▲ 7나노 EUV 공정 전용 V1라인이 구축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내년 출시되는 IBM의 차세대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위탁 생산을 맡으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대만의 TSMC를 꺾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삼성은 특히 2년 전 도입한 7나노 EUV(극자외선) 전용 파운드리 생산 기술에서 TSMC를 압도하며 IBM을 고객으로 맞이하는데 결정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 상대적으로 외부 고객사 확보가 어려웠던 삼성이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고객군을 확대해나가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9일 IBM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양사는 내년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IBM의 서버용 CPU '파워(Power)'의 차세대 모델 '파워10'에서 협력한다. 삼성은 자사 파운드리 공장에서 이 제품의 위탁 생산을 맡는다. 파워10 프로세서는 IBM이 처음으로 출시하는 7나노미터 공정 CPU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7나노 EUV 공정을 적용해 파워10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인 양산 일정이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IBM의 차세대 주력 제품을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가 맡게 되면서 독보적인 시장 1위인 TSMC 따라잡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 기준 점유율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18.8%이다. TSMC는 전체 파운드리 시장의 과반이 넘는 51.5% 점유율로 수년 째 넘볼 수 없는 절대 강자 자리에 있다. 그 뒤를 미국의 글로벌 파운드리(점유율 7.4%)나 대만의 UMC(7.3%)가 잇고 중국에선 유일하게 SMIC(4.8%)가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삼성은 이미 지난 2018년 IBM을 파운드리 고객사로 유치하며 관계를 맺어온 바 있다. 앞서 글로벌 파운드리에 자사 CPU 생산을 맡겨왔던 IBM은 2018년 고성능 서버용 CPU 생산을 위해 처음으로 삼성과 손을 잡으면서 신뢰관계를 쌓았다. 이에 더 앞선 2015년에는 두 회사가 업계 최초로 7나노 테스트 칩 구현을 발표하며 공정 기술 연구와 관련해서는 더 공고한 관계를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 ▲ 삼성전자의 3차원 적층 기술 'X-Cube'를 적용한 시스템반도체의 설계(오른쪽) ⓒ삼성전자
    ▲ 삼성전자의 3차원 적층 기술 'X-Cube'를 적용한 시스템반도체의 설계(오른쪽) ⓒ삼성전자
    삼성과 IBM의 이 같은 기존 협력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워10 위탁생산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IBM과 같은 글로벌 팹리스 고객사가 다름 아닌 삼성 파운드리의 최첨단 기술력 자체를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이 2년 전 도입해 완전한 수준의 공정 적용에 성공한 EUV가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업계 선두주자인 TSMC를 꺾기 위한 절치부심으로 7나노 EUV 공정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데 공을 들였다. 전 세계 유일 EUV 장비를 생산하는 ASML과 손을 잡았고 EUV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등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삼성은 TSMC가 도달하지 못한 수준의 EUV 공정 생산에 성공했다. TSMC도 지난해부터 EUV 장비 도입을 비롯한 공정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완전하게 EUV 공정을 다루지 못하고 부분적으로만 이 공정을 적용하고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EUV 공정 도입과 함께 완전한 제품 양산까지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삼성이 2위의 반란을 일으킨 셈이다.

    이 같은 삼성의 도약을 그간 함께 지켜본 IBM도 여기에 차세대 제품 수주로 화답했다. 최근 삼성이 발표한 업계 최초 7나노 EUV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인 'X-큐브'도 EUV 기반 5나노, 7나노 공정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내년 시작되는 IBM건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삼성은 이번 IBM 차세대 CPU 위탁생산 수주로 TSMC 대비 한정적이었던 외부 고객사 유치에 본격 돌입할 수 있게 되며 파운드리 사업의 한계를 타파할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은 칩 설계부터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모두 진행할 수 있는 IDM이라는 점에서 외부 팹리스 고객을 유치하는데 상당부분 어려움을 겪었다. 팹리스업체들이 설계 기밀이 유출될 위험성을 우려해 삼성보다는 파운드리 전문인 TSMC를 찾았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 강자인 삼성에게 애플이나 화웨이 등 경쟁업체가 칩 생산을 맡길리 만무했다.

    그 결과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부문은 자사 스마트폰에 쓰이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역할을 맡으며 내부고객과 외부고객 비중이 6대 4 정도의 비율인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 이재용 부회장의 '2030 시스템 반도체 비전'이 발표되며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은 모멘텀을 맞았다.

    삼성이 본격적인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이를 방어하는 TSMC와의 경쟁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TSMC가 화웨이라는 큰 고객을 잃고도 파운드리 시장에서 언제든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술력을 인정받고 평판을 얻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EUV 공정 기술을 앞세워 무섭게 치고 오르는 삼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모습이나 실제로 삼성이 IBM을 신규 고객으로 맞이하는 등의 행보로 볼 때 파운드리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투톱의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