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장악3법 여야 공감대, 김종인 개인철학 黨 정체성으로줏대없는 소속의원들, 법안검토·재계소통·대안제시 '빵점'시험대 오른 金 리더십…소통길 막힌 경제계 '아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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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로 기업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상황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계속되는 기업 옥죄기로 가뜩이나 기업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뒷배가 돼 숨통을 터줘야 할 제1 보수야당이 되레 뒤통수를 친 거나 진배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거여(巨與)를 의식해 모종의 정치적 포석을 깐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존폐의 갈림길에서 고전하는 기업인의 기를 살려주진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고 한가롭게 '정치질'이나 할때냐는 힐난이 적잖다. 문재인 정부의 반(反)기업 입법에 관해 살펴본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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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걱정하지 말라."22일 이른바 공정경제3법(기업장악3법)의 국회 통과를 막아달라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읍소를 들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렇게 대답했다.김 위원장은 "나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시절 경제민주화 관련해 공약을 만든 사람"이라며 "박 회장의 경제인 나름의 우려를 들었다"고 했다.'나름의 우려'라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하는 사람이 기업 말 들어서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경제계 인사들은 늘 '어렵다'는 하소연만 한다는 인식으로 보인다.과거 당 대변인을 맡았던 국민의힘의 3선 의원은 "김 위원장은 대기업을 '개혁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며 "설령 약간의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큰틀의 개혁은 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문제는 김 위원장 개인의 소신을 당 정체성으로 몰아간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당 정강정책도 새로 바꿨다"며 "이를 바탕으로 의정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당내 반대 여론에 대해서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인식해 얘기하는 것인지 밖에서 듣는 일반적인 얘기를 반영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일축했다.김 위원장의 드라이브에 소속의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반대 주장을 하는 의원은 찾기 어렵고 대부분 기업 의견을 들어 일부 수정할 여지는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친다.상법 개정안이 걸린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공청회나 간담회를 통해 상임위 위원들과 기업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을 심의하는 정무위 간사 성일종 의원도 "재계나 학계, 시민단체들과 공청회를 거쳐 잘못된 것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제출된 법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무위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솔직히 아직 법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못했다"고 했다.그렇다고 독소조항을 빼고 기업이 대응할 수단을 만드는 '대안'을 내놓는 의원도 흔치않다. '3% 의결권 제한규정' 등에 대응하는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을 도입하자는 추경호 의원의 법안이 거의 유일하다.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등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으로 집중투표제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제도다. 미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에선 이미 시행하고 있다.추 의원은 "전시경제에 준한다던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과도한 규제로 부담만 늘리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이 잦아진만큼 경영권 방어 장치를 마련하는 등 균형 잡힌 제도 마련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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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의 '마이웨이'는 당내 장악력을 강화시키려는 일종의 '정치질'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이 자주 언급하는 '박근혜 대선 후보 시절' 당시 그는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현금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밀어붙이기도 했다.당 사무처 관계자는 "여러 관측이 있지만 김 위원장은 최소한 내년 서울시장 재보선까지는 당권을 유지해야 하는 임무를 띄고 있다"며 "그의 가장 대표적인 철학인 경제민주화 기치를 당내에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조기 전대 등 후폭풍이 이어질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홍준표, 원희룡 등 당안팎 대권주자들이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이번에 밀리면 허울뿐인 대표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소통길이 막힌 기업들의 '멍울'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만난 박 회장 외에도 지난 15일에는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김 위원장을 찾았고 23일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경제계 우려를 전할 예정이다.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기업의 역량을 불필요한 규제에 순응하는데 소진하도록 하고 있다"며 "국회가 경제계 의견을 듣지 않는다면 향후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