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전 성수대교 붕괴로 세계최초로 '시설물유지관리업' 신설내년 1월부터 건설업종 개편에 따라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황현 회장 "모든 수단 총동원해 업종폐지 막을 것"
  • ▲ 황현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
    ▲ 황현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40분쯤 서울 성수대교에서는 출근과 등교를 위해 차량들이 분주히 달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대교 상판이 갑자기 붕괴돼 20여m 아래 한강 위로 떨어졌다. 다리 위를 지나던 시내버스와 승합차 1대, 승용차 4대 등 차량 6대가 상판과 함께 추락해 32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특히 16번 시내버스는 뒷바퀴가 붕괴지점 경계에 걸쳐있다 뒤집힌 채 떨어져 운전기사와 승객 26명 중 24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분명한 인재였다.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디자인과 속도를 중시한 나머지 새공법을 미숙하게 적용했고 관리감독도 소홀했다. 대교 건설과 관리 등에 관여한 시공업체 관계자와 공무원들은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처벌됐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전세계 처음으로 '시설물유지관리업' 업종을 따로 분류하고 면허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형사고가 크게 줄었고 기술력도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26년이 지나면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건설업종 개편 때문이다. 종합건설업종와 전문건설업종 간 상호시장을 개방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데 국토부는 전문건설업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29개 전문업종을 14개로 대업종화하면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을 폐지기로 했다.

    업종폐지 후 기존 7300여개에 달하는 시설물유지관리사업자는 종합건설업 또는 통합전문업종 3개를 선택해서 전환토록 하고 있다. 2023년말까지 자율전환하되 이 기간까지 전환하지 않는 사업자는 2024년 전문대업종 1개로 강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시설물유지관리사업자의 법정단체인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는 2만3000여명의 탄원서 제출과 국토부 대상 감사원 감사청구, 업종폐지 반대 집회, 1인 릴레이 시위, 마네킹 시위 등을 벌이며 업종폐지에 극렬히 저항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업종폐지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황현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사진)을 만나봤다.

  • ▲ 황현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
    ▲ 황현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을 폐지하면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요? 
    ▶성수대교 붕괴를 계기로 업종이 도입된 후 업종을 중심으로 25년간 구축해 온 유지관리에 관한 거버넌스 시스템이 붕괴됨으로써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 신기술 및 특허 등이 퇴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유지관리시장은 국민과 시설물의 안전을 도외시한 체 오직 입찰경쟁, 저가경쟁, 경험없는 사업자에 의한 불법하도급 증가, 페이퍼컴퍼니 양산 등 악순환이 발생해 시장에 혼란을 줄 것이 자명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에 법적문제가 있다는데요?
    ▶김&장법률사무소 등에 문의한 결과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으로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폐지하면 시설물안전법(제26조 및 제39조), 교육시설법(제13조), 기반시설관리법(제10조)에 입법된 법률상의 제도들이 집행 불가능하게 되어 행정권에 의한 입법권의 침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법률적 용어로 '행정입법부작위'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헌법 및 법률에 반하는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행위라는 것입니다. 이를 국토부에 문의하자 유예기간 동안 법률을 개정하면 문제없다는 식의 대답만 들었습니다. 하지만 후속입법으로도 개정이 가능하다는 국토부의 논리 역시 명백한 위헌이고 위법입니다.

    ◆정부 얘기대로 종합건설업종으로 전환하면 문제가 없지 않나요?
    ▶앞서 얘기했지만 시설물유지관리업은 다른 건설업종과 업종 특성상 성격이 완전히 다른 분야입니다. 대다수 영세사업자들은 업종을 어떻게 전환하는지 모르는데다 다른 분야의 경험이 전무한 사업자들은 면허를 반납할 것입니다. 마지못해 전환하더라도 경쟁력 상실로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독 시설물유지관리업만 폐지하려는 이유를 무엇으로 보나요?
    ▶당초 국토부는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을 통해 토목건축공사업과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업무범위가 넓다는 이유로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토목건축공사업에 대해 등록요건을 오히려 강화한 반면 회원수·사업규모 등 대내외적으로 영향력이 반약한 시설물유지관리업만 일방적으로 폐지키로 한 것입니다. 힘이 없는 게 죄죠.

    ◆앞으로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의 계획은?
    ▶국토부가 끝까지 업종폐지를 강행한다면 위헌, 위법성에 대한 소송제기뿐 아니라 집단 규탄대회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 동원해 대응해 나갈 생각입니다. 

  • ▲ 황현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
    ▲ 황현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