喪 중에도 이어진 사법리스크...국정농단 재판 9개월만에 속개사법리스크 짊어진 채 시작되는 3세 경영 시대풀리지 않는 '지배구조 개편' 실타래...'실리보다 명분' 선택 압박 높아져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타계로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3세 경영 시대가 본격 시작된다. 아직 그룹 상속과 지배구조 정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뉴삼성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되면서 해결과제가 산적한 이 부회장에게는 이보다 더 무거운 사법리스크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9개월 여만에 재판을 재개했다.

    앞서 이 공판에는 이 부회장이 예정돼있었지만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타계로 참석이 불가능해졌고, 이 부회장의 불참으로 재판이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 부회장 없이 재판이 진행됐다.

    국정농단 재판이 재개되면서 부친상 이후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열어가야 할 이 부회장은 당장 연말까진 눈 앞에 닥친 사법리스크 해결해가야하는 동시에 홀로 '뉴삼성'체제를 이어가야하기 위한 채비를 서둘러야하는 입장이 됐다.

    이 부회장은 이미 지난 2014년 와병으로 자리를 비운 부친을 대신해 6년 여간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 왔지만 사법리스크가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회장의 자리에 오르기에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국정농단 사건 외에도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관련 재판도 동시에 시작된다는 게 이 부회장에겐 부담이 크다. 이미 4년 가까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시간을 쏟아부었는데 앞으로는 이에 더해 그룹의 지배구조와 거버넌스 관련 사법 리스크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 부회장을 더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제는 부친 생전에 끝내 마무리 짓지 못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완성해야 하는 한편 부친으로부터 상속받는 그룹 계열사 주식을 정리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10조 원 넘는 상속세 문제를 잡음 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까지 생겼다.

    이 과정에서 현재 수면 위로 떠오른 보험업법 개정안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 국회에 발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에 '시가'를 반영해 기준을 정하자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 경우 현재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약 6.1%의 삼성전자 지분을 수일 내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한 셈이다. 또 다른 보험 계열사인 삼성화재 역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0.75%를 매각해야할 수도 있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보험업법 개정이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외에도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3남매가 중장기적으로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란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부진 대표가 호텔과 레저부문을, 이서현 이사장이 패션사업을 맡아 독립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지금처럼 삼성이라는 이름 아래 3남매가 각자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건희 회장 유족이 부담해야하는 10조 원 넘는 규모의 상속세 도 향후 이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부친이 넘겨주는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만 18조 원 가치를 넘어, 이에 대한 상속세도 10조 6000억 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상속세 신고와 함께 일시금을 일부 납부한 후 장기 연부연납 방식과 물납 등으로 추가 납부가 가능해 사상 최대 규모의 상속세 추징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삼성그룹의 상속세에 눈과 귀가 쏠려있고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도 시작된 상황이라 실리를 추구하기 위한 세금 납부보다는 통 큰 납부방식을 택해 새롭게 출발하는 이재용 체제에 명분을 얻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