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Q까지 신규 투자건 4건으로 줄어'소부장' 투자 제외하면 1건 뿐데이터센터용 반도체 기술 회사 117억 투자코로나 팬데믹에 사법리스크까지… 연말까지 소극적 투자 행보 이어질 듯
  • 삼성전자가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과 안팎으로 산적한 현안에 둘러쌓여 지분 투자 등과 같은 중장기적 미래사업 발굴에 속도 조절을 시작했다. 상반기에도 한 곳의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데 그친데 이어 하반기에도 국내 소부장업체들에 투자한 건을 제외하면 단 한 건의 지분 투자만 이뤄져 눈길을 끈다.

    내년까지 팬데믹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당장 기술 경쟁력 확보에 사활이 걸린 반도체나 5G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곤 소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18일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들어 총 4건의 지분 투자를 신규로 진행했다. 지난 여름 국내 소재, 부품, 장비업체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삼성이 투자에 나선 솔브레인, 에스앤에스텍, 와이아이케이 등 3곳과 함께 지난 9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솔루션 회사 '이노비움(Innovium)'에 투자한 것이 전부였다.

    이 네 곳에 투자한 규모 자체는 1600억 원이 넘어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이 중 국내 소부장 기업 3곳에만 15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되며 올 하반기 투자 중 상당부분이 여기에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삼성은 이 3곳 기업에 적게는 350억 원에서 많게는 660억 원 가량을 투자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더 중요도가 높아진 국내 소부장 기업 육성에 아낌없이 자금을 투척했다.

    이를 제외하면 결국 올 하반기 삼성이 추진한 지분 투자는 이노비움 건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이노비움은 반도체 핵심 수요처인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반도체 솔루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스위치 제품인 '테라링스(TERALYNX)'를 주력으로 한다.

    올 상반기에도 삼성이 지분투자에 나선 곳은 5G 망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기업 '텔레월드 솔루션즈(Teleworld solutions)'가 유일했다. 텔레월드 솔루션즈는 삼성이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킨 경우로 사실상 현재까지 진행된 유일한 인수·합병(M&A)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이 텔레월드 솔루션즈 인수를 추진할 때만 해도 아직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이었다는 점에서 상황적인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론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올 3분기 말까지 성사된 M&A가 한 건도 없고 과거 대비 상당히 소극적인 지분 투자만 이어지고 있다는 흐름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삼성이 소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밖에 없는데는 이미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등 주요 임원진의 사법 리스크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 유망 기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의견이 중요해지는데 올 들어 이 부회장의 재판이 재개되고 산적한 경영 현안 처리에만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 지분 투자 형식의 중장기 추진안에 힘이 실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도 삼성이 미래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에는 거침없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진행된 미국 이노비움 투자 건만 보더라도 올해 안팎으로 위기가 겹친 상황에서도 삼성의 핵심 사업이자 미래 비전인 반도체 분야에 대해 언제나 촉을 세우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4분기에도 이처럼 과거 대비 투자 심리가 위축된 분위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선 투자에서와 마찬가지로 필수불가결한 일부 투자를 제외하고는 앞으로 장기화될 수 있는 팬데믹 상황에 대처하고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규 설비 투자 등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