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본사업 전환 유보에도 내년 인턴 부족 대안… 의료계 ‘허탈’ 제도 활성화 필요성은 입증, 중증도 고려한 수가체계 형성 ‘필수적’‘전공의가 버텼던 체계→전문인력 활용’ 전환 앞서 견고한 지원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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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 문제는 풀리지 않아 내년 전국 수련병원 내 인턴은 2000명 정도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료공백을 막으려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인데, 정부는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난 4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예산안심사 전체회의에서 “국시 재응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료인력 공백이 발생한다. 공중보건의사는 400명, 인턴은 2000명이 부족할 것이다. 인턴의 경우 수가를 지원해 입원전담전문의를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입원전담전문의란 입원환자의 초기 진찰부터 경과 관찰, 상담, 퇴원계획 수립 등 입원환자의 전반적인 주치의 역할을 수행하는 의사다. 문제는 국내에서 입원전담전문의는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안정적으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된 본 사업 전환과정에서도 ‘지역별 수가 차등제’ 도입 등 재정부담을 원인으로 좌초된 경험이 있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시범사업이 진행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환자 만족도’ 등 여러 지표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지만, 유인 기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2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지급하겠다는 일부 병원의 모집공고가 나오는 등 급여 수준이 화제가 되긴 했지만, 전문의도 전공의도 아닌 제3의 신분이라는 한계와 계약직과 야간근무 등 조건은 지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정부가 인턴 부족을 입원전담전문의로 대체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면, 선결과제는 제도의 안착이다. 제도가 안정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인턴 대체를 위한 방안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역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서울소재 대형병원 종양내과에서 근무하는 한 입원전담전문의는 SNS을 통해 “의료계가 아닌 일반회사에도 직종의 R&R(역할과 책임), 직무 기술서가 중요하다. 신입사원이 할 역할이 있고, 대리, 과장, 부장이 할 역할이 있다. 그러한 시간·노력을 고려하지 않고 대체인력으로만 생각하면 누가 앞으로 이 일을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지 내년을 버티겠다고 복지부 장관이 입원전담전문의를 인턴 대체로 언급한 것은 그동안 이 제도를 정착시키려 노력했던 분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 본사업 전환에 앞서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

    부족한 인턴 대체인력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활용하면 된다는 판단은 본질적 부분에 접근하지 못한 주장이다. 그럼에도 국내 의료체계 내에서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안정적 입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 필요성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년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 안전, 만족도, 신속성, 간호업무 효율 상승 등 다양한 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증하듯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예비지표에 입원전담전문의 배치수준이 포함되기도 했다.

    정윤빈 세브란스병원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주최 ‘입원전담전문의제도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를 통해 “지난 9월 본사업이 유보돼 현장에서 이탈하고 지원을 주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입원전담전문의 수가의 구조는 유연해야 한다.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관리료’로 대표되는 수가의 구조는 경직될수록 방향을 잃고 뜻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범사업의 수가 구조는 입원전담전문의의 근무형태(24시간 전담, 일부전담) 및 근무인원(2인~5인)에 따라 구분된다. 시범사업의 수가체계는 50병상으로 이루어진 병동을 기준으로 1인당 약 25명의 환자를 진료하도록 설계됐다.

    그는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고 근무형태만을 고려한 수가 구조에서는 모든 의료기관이 최대 환자 수를 진료하는 형태를 추구하게 된다. 진료환자의 중증도를 낮추도록 유도해 본 제도의 취지를 희석시키고 확산의 장애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대안으로 환자 수에 따른 수가 구간 분리 등 세분화를 통한 유연한 수가체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는 인건비가 아닌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상의 개념이므로 투입 시간의 증가에 따른 지불 금액의 상승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정은주 대한외과학회 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 회장 역시 “현재 시행 중인 시범사업보다 더욱 유연한 형태의 운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근무시간에 대한 규정도 의사의 근무시간이 아닌 환자가 제공받는 의사 시간의 형태로 바라봐야 하고, 또한 급성기 수술 등 외과계 전문의가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입원전담전문의 업무의 범주로 포함시키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그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의료 시스템은 이제껏 어렵게 지탱해왔던 전공의의 그것과는 다르다. 전문인력의 충분한 활용을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와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