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까지 터키 600억 투자… 4만t 증설3Q 턴어라운드 이어 실적 성장 본궤도 '진입'부채비율 368% 등 과중한 재무 리스크는 부담
  • ▲ 효성. ⓒ정상윤 기자
    ▲ 효성. ⓒ정상윤 기자
    효성그룹의 '캐시카우' 효성티앤씨가 3분기에 전분기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4분기에도 전분기대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그룹에서 실적 반등을 견인한 스판덱스에 힘을 실으면서 이익성장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효성티앤씨는 4분기 매출 1조3580억원, 영업이익 782억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액의 경우 3분기 1조3017억원에 비해 4.32% 늘어난 수치이며 영업이익(661억원)은 18.3% 증가할 전망이다.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스판덱스 사업이 3분기 들어 코로나19를 조금씩 극복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이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효성티앤씨는 3분기에 영업이익 661억원을 기록, 2분기(-82억원)에 비해 흑자로 돌아섰다. 시장 기대치 456억원을 약 45%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특히 스판덱스의 경우 영업이익은 701억원, 영업이익률은 16.6%를 기록했다. 흔히 '스판'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는 신축성과 내구성이 뛰어나 여러 옷감의 소재로 두루 쓰이는 합성섬유다. 잘 늘어나는 성질을 가져 요가복, 청바지, 마스크 등으로 활용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가동률이 전분기 70%에서 100%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한 가운데 회사 재고는 물론, 중국 스판덱스 재고도 동시에 감소하면서 판매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언택트 환경 하에서 에슬레져, 레깅스 등 스판혼용율이 높은 의류 판매량이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고, 중국 소비시장 회복도 한몫했다.

    PTMG(폴리테트라메틸렌에테르글리콜), MDI(메틸렌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 등 스판덱스의 주요 원재료 가격 하락도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됐다. PTMG의 경우 2018년 하반기 기준 t당 2150~2550달러에서 올 상반기 1600~1900달러까지 떨어졌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사 영업이익이 900억원을 상회했던 2019년 2~4분기 수준 17.3%(평균)과 유사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며 "전사 영업이익이 아직 당시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스판덱스 자체는 이미 코로나19의 악영향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회복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역내·외 재고가 감소세인데다 코로나19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신증설이 지연·취소된 가운데 수요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스판덱스 업황은 당분간 호조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스판덱스 수급 타이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미국의 중국 면화 규제로 스판덱스를 비롯한 화학섬유 제품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또한 올해 중국 신규 스판덱스 증설이 제한됐다.

    중국의 올해 말 스판덱스 생산능력은 87만2000t으로, 지난해 대비 2.6% 증가할 전망이다. Huafeng 충칭이 올해 추가됐지만, 일부 노후 플랜트가 제거되면서 올해 순증 물량은 2만2000t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Huafeng은 시장점유율 18%인 글로벌 2위 업체다.

    수요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의류시장에서 홈웨어, 에슬레저가 주목받고 있다. 재택근무 등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실내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고 가벼운 외출도 가능한 이지웨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대 시장인 중국의 의류 소비 역시 성장세가 다시 시작되면서 스판덱스를 포함한 화학섬유 체인 전반의 시황 개선도 기대된다.
  • ▲ 효성티앤씨 터키스판덱스 공장. ⓒ효성
    ▲ 효성티앤씨 터키스판덱스 공장. ⓒ효성
    이에 효성티앤씨는 최근 터키 이스탄불 인근 체르케스코이(Cerkezkoy) 지역에 600억원을 투자해 내년 7월까지 연산 1만5000t 규모의 스판덱스 생산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터키 스판덱스 공장의 생산능력은 약 4만t으로 확대된다.

    효성티앤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연 14만t으로, 세계 스판덱스 시장점유율 32%를 차지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999년 중국 공장을 시작으로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터키, 미국·남미 시장을 겨냥한 브라질, 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한 인도·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갖춰 대륙별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이번 증설은 최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의류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자 스판덱스 제품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현준 효성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효성은 설명했다.

    조현준 회장은 2007년부터 10년 동안 효성그룹 섬유PG장을 맡는 등 섬유 관련 경력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티앤씨가 2010년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고 지금까지 수성하고 있는 것 역시 조 회장의 과감한 선제적 투자 단행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후문이다.

    유럽 시장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셧다운이 지속되면서 생산량을 줄이고 신제품 출시를 연기해 재고 부족을 겪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이번 증설로 회복 중인 750조원 규모의 글로벌 섬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회장은 "유럽 고객들의 생산기점이 되는 터키를 중심으로 유럽 프리미엄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확대함으로써 부동의 세계 1위 위상을 굳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성티앤씨는 2008년 터키에 생산거지를 건립하고 두 차례 추가 증설을 거쳐 유럽 지역 시장지배력을 높여왔다. 특히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빠른 운송 △차별화된 맞춤형 고객 니즈 충족 △프리미엄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력 우위 등이 기반이 됐다.

    다만 외형 성장과 실적 개선세에 반해 과중한 재무 부담이 여전하다.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368%이며 차입금의존도는 236%에 달한다. 부채 부담으로 효성그룹 내 화학3사 중 가장 많은 이자비용(434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3사의 평균 이자비용은 382억원이다.

    뿐만 아니라 유동비율이 73.2%에 불과한 반면 단기차입금 비중이 73.2%에 달해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질 수도 있는 구조다.

    앞서 효성티앤씨는 2018년 6월 인적분할 과정에서 옛 효성의 차입금 중 약 2조원이 이관되는 등 분할 초기 단계에서 재무안정성 지표가 저하됐다. 중국, 인도, 베트남 등 해외 생산설비에 대한 시설대와 관련 종속회사의 과중한 차입 부담으로 열위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