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파나소닉 배터리 탑재 추정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화재시 특수소화기 사용해야급발진 의혹에 전자식 문 개폐로 구조 어려움까지탑승자 1명 사망, 2명 부상… '구조 매뉴얼 점검' 필요
  • ▲ 불이 난 테슬라 전기자동차 사고 현장을 소방관들이 수습하고 있다. ⓒ용산소방서
    ▲ 불이 난 테슬라 전기자동차 사고 현장을 소방관들이 수습하고 있다. ⓒ용산소방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최고급 아파트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1억원대 테슬라 전기차를 몰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다가 급속도로 벽면에 충돌한 뒤 그대로 차량이 불길에 휩싸였다.

    이 사고로 차주인 국내 4위권의 대형 로펌 변호사가 숨지고, 대리운전 기사와 불을 끄려던 아파트 경비원 등 두 명이 다쳤다. 경찰은 사고원인이 차체 결함인지, 운전자의 과실인지 따져보기 위해 이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윤모(60)씨의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 승용차가 하남동 윤씨 아파트 단지 보안 게이트를 통과해 지하주차장 진입로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갑자기 속도가 올라가면서 벽과 충돌했다. 직후 차량 앞부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차를 운전한 대리기사 최모(59)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 측은 "대리운전 기사가 '갑자기 차가 통제가 안 돼 벽면에 충돌하게 됐다'고 말했다"며 "차주 사망원인과 자세한 사고 경위를 알기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충돌로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는 배터리로 구동하는 전기차다.

    불은 1시간 이상 타올랐다. 목격자는 "진화 과정에서 꺼지는가 싶으면 다시 타오르길 반복했다"고 말했다. 용산소방서 측 역시 "차량이 벽면과 충돌하며 전기 배터리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테슬라에서 사용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 폴리머 소재로, 일반소화기나 물로는 화재 진화가 어렵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화재는 포말 형태의 특수소화기를 사용해야 빠르게 불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 셀은 파나소닉 제품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3사 가운데 LG화학이 유일하게 테슬라와 공급계약이 체결돼 있는데, LG화학의 생산물량은 주로 중국에서 생산하는 테슬라 모델에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테슬라와 공급계약이 없다.
  • ▲ 파손된 테슬라 차량. ⓒ용산소방서
    ▲ 파손된 테슬라 차량. ⓒ용산소방서
    또 다른 문제는 문의 개폐가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받아야 하는 전자식이라는 점이었다.

    사고 직후 방재실 직원 김모(43)씨가 충돌 소리를 듣고 내려와 조수석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차주 윤씨를 발견하고 조수석 문을 열려고 했으나, 열리지 않았다.

    사고 6분 만에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소방관들도 조수석 문을 열지 못했다. 사고 차량은 외부에 문을 여는 손잡이가 없다. 일반차량의 손잡이가 있는 지점을 누리면 전자식으로 열린다. 내부에서는 일반자동차처럼 레버로 열 수 있지만, 외부에서는 전력 공급이 끊기면 문을 못 연다.

    실제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도 테슬라 모델S가 나무와 충돌해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 벌여졌다.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차량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소방관들은 문을 못 열고 뒤쪽 트렁크를 따고 윤씨를 끄집어냈다. 사고가 난 지 25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윤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윤씨의 사망원인은 연기 흡입 때문인지, 충격 때문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리기사는 충격으로 가슴과 배를 다쳤고, 불을 끄려던 아파트 직원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운전자 최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지만, 사고 원인이 차량 오작동인지 운전자 과실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고자 사고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미래자동차학부)는 "전기차 사고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일반 차량보다 인명구조나 화재 진압이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전기차 관련 구조·구난 매뉴얼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도 급발진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테슬라 운전자의 '급발진' 민원은 127건이다. 충돌사고가 110건 일어났고, 52명이 다쳤다. 올해 1월 NHTSA까지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테슬라는 급발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테슬라는 NHTSA 조사와 관련, "급발진 의혹은 테슬라 주식을 전문적으로 공매도하는 쇼트셀러(Short-Seller) 세력들에서 제기된 것"이라며 "급발진을 주장한 모든 사고를 조사했지만, 차량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