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없이 살균… 공기청정기 필터로 바이러스 사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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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방역 소독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러스 박멸 무기로 광촉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무광(無光) 촉매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햇볕(자외선)에 소독 기능이 있는 듯이 광촉매(이산화티탄·TiO2)는 가시광선을 받으면 공기 중의 유해 물질을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 제거한다. 1960년대부터 일본에서 연구가 시작돼 살균, 탈취 제품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초창기에는 배기가스나 미세먼지, 황사 등 오염물질을 방지하는 데 쓰이다가 태양광에만 반응하던 광촉매가 실내조명에도 반응하면서 새집증후군 해결, 신차 냄새 분해, 의료시설 방역 등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광촉매는 햇빛이나 전등 불빛의 에너지를 받으면 작용하여 아무런 살균제나 소독제 없이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사멸시키는 기술의 물질이다.병원 내 감염관리에도 쓰인다. 환자의 입원복, 침대시트 커버, 베개, 의료진의 가운 등에 광촉매를 처리하고 병원 벽면, 바닥 등 시설물에 광촉매를 코팅하는 방법이 활용된다.한 번만 코팅하면 지속적으로 효과를 유지하는데 병원 내 세균이 코팅 처리된 표면에서 사멸한다. 일본 도쿄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70% 이상의 병원들이 이런 기술을 통해 원내 감염을 막고 있다.지난 2015년 청주대학교 응용화학과 최세영 교수는 메르스가 창궐하자 감염병의 방어 기술로 화학기술 중 하나인 광촉매 기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최 교수는 2005년 세계 최초로 빛이 없어도 살균 기능을 강력하게 발휘하는 자기구동형 무광촉매(Self-Actuated Non-Photocatalyst)를 개발했다.2013년 가시광선 감응형 광촉매의 개발연구에 대한 업적을 인정받아 영국 캠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re)의 '2013 세계 100대 과학자에 선정된 인물이다.광촉매제 사용이 보편화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광촉매 시장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코로나19의 창궐로 최근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최근 광촉매 시장의 급증으로 국내에는 10여개사가 광촉매 코팅제 시공 대리점만 전국적으로 200여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광촉매 자체는 반영구적으로 효과가 지속되며 조명에 반응하므로 코팅이 잘 되면 살균 효과지속력이 어느 물질보다 뛰어나다.다만, 실내에선 빛이 적어 유기화합물 분해속도가 느려진다. 분해 과정에서 새로운 유해 물질을 방출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문제점이다.이를 개선한 무광촉매는 빛이 없는 실내에서도 살균 활동을 일으킨다. 최근엔 FDA의 피부 자극 테스트, 용출 테스트, 세포 독성 테스트 등을 통과한 ‘마프 필터’ 등 인체무해성이 입증된 친환경 필터가 출시되고 있다.무광촉매 필터 회사인 커넥트컴의 엄윤주 팀장은 “무광촉매 필터는 기존 공기청정기 필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CMIT계열과 OIT 등의 물질과는 다른 제품으로 독성의 우려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이어 “일반 광촉매 제품이 광원이 있어야 작용을 했던 것에 비해 무광촉매 방식의 ‘마프 필터’는 빛이 없이도 상시 작용하여 UV 램프를 설치하는 등 에어컨, 공기청정기의 구조 변경을 하지 않고도 쉽게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일반 조건 하에서 최대 1년 이상 효과가 지속되므로 더욱 경제적이다. 탈취와 미세먼지 제거 효과도 강력해서 0.3㎛ 이하 초미세먼지의 제거 효율도 크게 향상된다.무광촉매의 살균은 촉매의 전자가 빛이 없어도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해 세균의 세포막을 분해하는 기술에 있다.광촉매와 마찬가지로 이산화티탄으로 코팅된 표면에서 전자(e-)와 정공(h+)이 생성되고 여기서 생성된 전자가 공기 중의 산소, 수분과 반응해 산소 음이온과 하이드록시 라디칼을 생성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세포막을 분해한다.바이러스, 슈퍼 박테리아, 대장균, 곰팡이, VOCs, 생활 악취 등 온갖 화학유기물을 분해·제거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