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케이솔루션, 유가증권시장 상장 철회…케이뱅크 이어 두 번째공모가 희망 밴드 하단 결정 속출…상반기 대비 분위기 반전에이럭스‧노머스 등 새내기株 '잔혹사'…개인투자자 손실 확대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국내 기업공개(IPO) 업계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상장 첫날 공모가를 한참 밑도는 신규 상장주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상장 철회 기업이 급격히 늘면서 공모주 시장이 '참사'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2차전지 드라이룸 전문기업 씨케이솔루션은 금융위원회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노리던 씨케이솔루션은 당초 연말 상장을 목표로 IPO를 진행했으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상장을 철회했다. 회사 측은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코스피 IPO 예정 기업 중 수요예측까지 마치고 상장을 철회한 건 케이뱅크 이후 씨케이솔루션이 두 번째다. 앞서 빅테크사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수요예측 전 국내 상장 작업을 멈추고 미국 증시 IPO를 우선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씨케이솔루션은 업계에서 거론되던 예상 기업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공모에 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일정을 접었다는 점에서 공모주 투자심리의 급격한 악화를 체감할 수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상장 철회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전문기업 미트박스글로벌도 지난 11일 코스닥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미트박스글로벌도 공모주 시장 침체와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회사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받기 어려웠다고 판단, 잔여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코스닥 시장 입성을 앞뒀던 동방메디컬도 이달 5일까지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모으는 데 실패, 부진한 결과를 받으면서 지난 7일 상장 절차를 연기했다.

    IPO 시장은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앞서 올해 상반기 상장한 모든 기업이 공모 밴드 상단 또는 초과로 공모가를 책정하던 것과 다르게 하반기 들어선 하단도 못 미친 기업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말 수요예측을 마친 엠오티는 공모희망가를 1만2000~1만4000원으로 책정했지만, 결국 공모가를 1만 원으로 확정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1046곳 중 절반 이상이 공모가 하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청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에스켐 또한 희망 밴드(1만3000~1만4600원)보다 낮은 1만 원에 공모가액을 설정했다. 쓰리빌리언도 희망 범위(4500~6500원) 하단에 겨우 맞춘 45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상장 이후 참사 수준에 가까운 주가 흐름을 보이는 종목들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1~12일) 상장한 공모주 7개 중 6개가 상장 당일 공모가를 밑돌았고, 이후에도 주가 하락세가 지속됐다. 

    실제 에이럭스(-38.25%), 탑런토탈솔루션(-23.67%), 에이치이엠파마(-28.70%), 토모큐브(-37.06%), 에어레인(-23.52%), 노머스(-35.76%) 등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실감미디어 전문기업 닷밀 또한 오전 11시 28분 기준 공모가((1만3000원) 대비 21.31%(2770원) 하락한 1만2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9520원에서 시초가를 형성한 닷밀은 장중 공모가보다 26.77% 낮은 952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최근 상장한 더본코리아가 백종원 대표의 후광을 등에 업고 공모주 침체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지만, 상장 당일 반짝 효과에 그쳤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반기에 흥행을 넘어 과열 현상을 보였던 공모주 시장이 현재의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모주 시장엔 확연한 과열이 있었다"라며 "최근과 같이 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에선 무엇보다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통상 10월부터 연말까지는 IPO 성수기라 불리지만, 최근과 같이 연이은 참패가 이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합리적인 수준의 공모가를 책정하는 자정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