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효율화로 3.5MT 증산… 회복되는 시황에 선제 대응태양광 전망 우호적-반도체向 소재도 박차… 실적 반등 '가속도'
  • ▲ 서울 중구 소재 OCI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중구 소재 OCI 본사. ⓒ성재용 기자
    OCI가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효율화를 통해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중국 경쟁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선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수급 여건이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OCI 실적에도 볕이 들 전망이다. 여기에 반도체 소재로의 전환과 입지 구축도 가속화되면서 연간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OCI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공장(OCIMSB)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2022년 하반기까지 약 3만5000MT(메트릭톤)으로 늘린다. 증설이 아닌 디보틀네킹(생산효율화를 통한 생산량 확대) 방식이다.

    OCI는 OCIMSB의 생산능력을 2019년 1분기 말 2만7000MT에서 올해 3분기 말 3만MT로 증대한 데 이어 디보틀네킹을 통해 2022년까지 5000MT를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생산능력 확충은 2월 가동을 중단한 군산공장의 유휴설비 일부를 활용할 계획으로, 설비효율화 및 투자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OCI 측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제조원가가 올해 평균에 비해 약 15% 절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OCI는 2월 전북 군산공장 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설비 가동을 멈췄다. 2006년 군산에 첫 삽을 뜨며 사업을 시작한 지 약 14년 만이었다.

    주요 원인은 중국 업체의 대량 공세로 가격이 떨어진 탓이다.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무작위로 찍어냈다.

    과잉공급은 자연스럽게 치킨게임을 야기했다. 2019년 기준 글로벌 폴리실리콘 수요는 약 48만t으로 추정된다. 생산능력은 이보다 12만t 많은 60만t에 육박했다.

    그러면서 올해 초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7달러대 초반으로 급락했다. 손익분기점은커녕 절반 수준에 겨우 미치는 가격이었다.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로 전락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OCI도 올해 2분기까지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2018년 4분기 마이너스(-) 431억원에서 2분기 -442억원까지 7개 분기 동안 총 360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도 즉각 반영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모두 올 들어 OCI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시켰다.

    그러나 OCI는 3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180억원으로, 2018년 3분기 155억원 이후 2년 만에 흑자를 시현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춤했던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이 풀가동에 들어가면서 2분기 대비 생산량을 130%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

    외부 요인도 한몫했다. 과잉공급으로 시황 부진이 지속됐던 폴리실리콘 시장이 하반기 들어 이어진 중국 경쟁사들의 가동 차질을 계기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글로벌 폴리실리콘 생산량에서 9% 안팎을 차지하는 중국 업체 GCL 공장이 폭발사고로 생산을 중단했다. 이 공장은 연 4만8000t을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를 차지하는 초대형 공장이다.

    뿐만 아니라 8월부터 시작된 대홍수로 중국 폴리실리콘 업체 퉁웨이(Tongwei)도 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 공장은 8월부터 10월 말까지 석 달가량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태가 잇따르면서 6월 ㎏당 6.28달러에 머물렀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9월에는 10달러대를 기록한 데 이어 12월3주 기준 ㎏당 12.2달러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OCI의 4분기 실적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4분기 영업이익은 236억원으로 추산됐다. 3분기보다 30.9% 개선된 수치다.

    최근 업황의 상승 사이클 진입과 함께 이번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능력 확충으로 폴리실리콘 부문에서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쟁사들의 가동 차질을 계기로 단기 수급타이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공장이 공정개선을 통해 생산능력이 확장되고 원가가 추가 하락함에 따라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가능해진 점 역시 고무적"이라고 분석했다.
  • ▲ OCI 말레이시아 공장. ⓒ연합뉴스
    ▲ OCI 말레이시아 공장. ⓒ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2021년 OCI가 내년에 14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올해 예상 영업손실 954억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연간 실적 턴어라운드를 견인할 폴리실리콘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글로벌 화학기업 바커(Wacker)는 2021년 태양광시장이 140~170GW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수요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는 각국이 코로나 시대 극복 방편으로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및 향후 5만장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태양광 설치량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고부가 시장 진출을 위해 선택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도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앞서 OCI는 군산공장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라인을 중단하면서 일부 라인을 반도체용으로 전환했다.

    이우현 부회장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아직 생산능력에 비해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품질 승인이 마무리됐고 대형 수요처들과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반도체용 웨이퍼 생산업체인 SK실트론과 계약물량을 증대하기도 했다.

    OCI 측은 "반도체 소재 국산화 비중 확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지속하고 국내외 유수 고객들의 증설 계획에 맞춰 공급량 증대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OCI는 폴리실리콘 외 반도체용 소재에 역량을 집중한다. 올해 포스코케미칼과 합작(OCI 지분 49%)해 전자용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합작사 '피앤오케미칼'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OCI는 이미 연산 8만5000t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피앤오케미칼의 공장이 가동될 경우 생산능력은 13만5000t으로 늘어나면서 과산화수소 시장 주도력을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도체용 화학약품 제조사인 동우화인켐과 약 5000억원 규모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력사업 업황 회복과 기존 사업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사업 전반의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