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이어 '경영권 승계'까지 재판 지속 대규모 투자-인수합병 등 제동 불가피'잃어버린 10년' 현실화… 경쟁력 하락 목소리
  •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돼 지난 4년여간 이어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선고 공판만 남겨두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의 경영 상황도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재판부 판단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그러나 이번 고비를 넘기더라도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된 재판이 기다리고 있어 당장 어려움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사법리스크로 삼성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법조계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는 내달 18일 선고 공판을 열고 재판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3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반면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 판단을 받은 점과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인 올해 1월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킨 점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

    이제 공은 재판부로 넘어왔다. 재판부는 양형 판단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주요한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4년 넘게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에 10차례나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만 3번 받았다. 이날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을 포함해 지금까지 재판에 출석한 횟수만 82회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삼성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이 새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경영권 승계 사건의 경우 국정농단보다 사안이 훨씬 복잡한데다 증거기록만 368권, 약 19만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에 비춰볼때 이번 재판 역시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재계에서는 4차산업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삼성의 투자 및 R&D에서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은 이미 지난 4년간 이어진 리스크로 인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인재영입 등의 미래사업을 그리는데 제한이 많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서도 삼성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래 먹거리로 내건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시장 강자 TSMC와 기술 선점을 두고 초접점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점에서 재판 이슈로 어려움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앞서 삼성은 총 133조원을 R&D와 생산설비에 10년간 투자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분야 세계 최강인 TSMC를 따라잡고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를 달성한다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대규모 빅딜이 추진되고 있지만 삼성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반도체 업계의 M&A(인수합병) 규모는 13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 9월 미국 GPU(그래픽처리장치) 회사인 엔비디아가 400억 달러(약 45조2000억원)에 영국 ARM을 인수키로 했고, SK하이닉스도 최근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을 90억 달러(약 10조1600억원)에 품었다.

    여기에 AMD도 자일링스를 350억 달러(약 39조4000억원)에, 미국 반도체 기업 마벨테크놀로지그룹도 네트워크 반도체 기업 인파이를 100억 달러(약 11조32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4차 산업의 본격 도래와 맞물려 반도체 시장 생태계가 급변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도 발맞춰 변화를 주고 있지만 삼성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 갈등 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까지 장기화 될 경우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재판까지 길어지면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