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공매도 재개 여부 두고 찬반논쟁 가열 "증시 선진화 및 해외 자금 유입 위해 필요" VS "제도 보완 우선…불법공매도 처벌 강화"
  • ▲ 은성수 금융위원장.ⓒ금융위원회
    ▲ 은성수 금융위원장.ⓒ금융위원회
    공매도 금지 종료 시한(3월 15일)을 앞두고 찬반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고려하면 무한정 금지할 수 없다는 주장과 제도적 개선 없이는 증시 추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공매도 금지기간 동안 증시 상승을 이끈 동학개미(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상대적 열위에 서 있는 만큼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릴 경우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것이란 우려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가 예정대로 오는 3월 15일 종료될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값에 다시 다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익을 내는 구조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주식시장이 불안해지자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냈다. 당초 공매도 규제를 3개월간 강화하는 수준의 대책을 내놨지만, 증시 변동폭이 커지면서 사흘 만에 6개월간(2020년 3월16일~9월15일) 공매도 금지를 결정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를 두고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앞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시장 조치를 시행한 첫 날 국내 증시는 폭락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 증시가 10%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시장 불안심리가 증폭된 가운데 시장 전반적으로 과도한 투매 발생 우려도 높아진 상황이었다. 

    공매도 세력의 기승에도 전면 금지 조치를 망설인 것은 경제적 순기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허용하는 이유는 기업의 부정적인 정보를 시장에 원활히 공급되도록 함으로써 주가가 즉시 합리적인 수준을 찾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주가 버블이 과도하게 형성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6개월간 공매도 금지기간 시장조성자는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이 기간 부진한 종목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예외규정을 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매도에 대한 규제가 지나칠 경우 시장 효율성 위축 등 부정적 비용요소가 더 클 것이라고 진단한다. 과거 공매도 규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한 근거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각각 8개월(2008년 10월1일~2009년 5월 31일), 3개월(2011년 8월 10일~11월 9일)간 공매도를 금지했다. 

    공매도 정책이 주요국과 반대 노선을 이어갈 경우 해외 투자자들 관점에서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자금 유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전세계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공매도가 금지된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한국 단 2곳 뿐이다. 미국·영국·독일·일본은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으며, 유럽의 그리스·오스트리아·스페인·벨기에·프랑스·이탈리아 등 EU(유럽연합) 6개국은 지난해 3월19일을 전후해 두달 간 전(全)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다.

    그러나 공매도를 반대하는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공매도 제도를 폐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 공매도 거래를 재개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과 불법 공매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의 공매도 참여비중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사실상 공매도는 정보 접근성과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상대적 정보 열위에 서는 데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은 투자자들간 수익률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선 주식을 빌려야 공매도를 할 수 있는데, 개인의 경우 신용도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주식을 빌리는 자체가 어렵다. 증권사를 통해 증권금융에서 주식을 빌리는 대주 방식도 까다롭게 설정돼 실질적인 거래 참여도 부진한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개인이 전체 공매도 거래의 20%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보편적인 거래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증권금융을 통해 개인들이 공매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도쿄거래소와 일본증권금융이 선정한 2300여 종목(상장종목 중 60% 초과)에 대해 개인의 공매도 참여가 가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했다.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 세력이 활개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은 만큼 해외 주요국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양형 기준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7년 1월~2020년 9월) 외국계 기관이 국내에서 불법 공매도를 하다가 적발된 규모는 1713억원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부과된 과태료는 5.2% 수준인 8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공매도 적발기관은 95% 이상이 외국계로 지난 2018년 골드만삭스가 75억원의 과태료를 받은 걸 제외하면 사실상 경조치에 그친 셈이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 제고,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2021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매도 재개 여부는 2월 중 결정될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