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공급 부족에 공장 멈춰美 행정명령까지… 日·獨 대만에 반도체 증산 요청사태 장기화 대비, 증산 요청-대체 역량 확보 절실
  • ▲ 시승 행사에 줄지어 서 있는 자동차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뉴데일리DB
    ▲ 시승 행사에 줄지어 서 있는 자동차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뉴데일리DB
    반도체 품귀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이 대만에 증산을 요청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 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 UMC에 이례적인 협조를 구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공장 가동을 멈출 정도로 반도체 공급 부족이 극심해지고 있다. 새로운 파운드리 업체를 찾으려면 1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마땅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기존 회사와의 협상이 생사를 가른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주요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몇 주 내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공급 체계를 점검하고 동맹과의 협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반도체 부족 사태가 주요 산업의 위기로 번지는 데 따른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공장이 멈추는 등 이미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은 생산을 지원해달라는 요구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취할 수 있는 즉각적인 조치를 파악하겠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가 대만에 반도체 증산을 요청한 지 3주 만에 발빠른 후속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일본 외교부와 독일 경제부도 TSMC와 UMC에 반도체 생산 확대를 서두르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 1, 3위 기업인 TSMC와 UMC는 세계 시장의 54.0%, 7.0%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은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스마트폰, PC 등 반도체 수요가 늘었고 주요 기업은 이곳에 생산 설비를 재배치했다. 완성차 업체는 반도체 주문을 줄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수요가 회복되면서 불균형이 나타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업체는 재고 물량으로 버티고 있다. 한국GM은 부평 2공장 가동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상태다. 르노삼성은 프랑스 르노그룹 차원의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수익성이 낮은 반면 높은 안전성과 신뢰성을 요구한다. 결함 발생과 안전 사고 시 리콜(결함 시정) 등의 부담까지 져야 한다. 생산을 주저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새로운 파운드리 회사를 찾기 쉬운 것도 아니다. 다른 업체로부터 공급을 받으려 해도 반도체 재설계, 시제품 안정성 확인 등에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된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외교력을 동원해 반도체 물량을 확보해야 할 정도의 급박한 상황”이라며 “코로나에 연이은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협력 업체는 고사 위기에 몰린다”고 우려했다.

    이번 위기를 생태계 조성의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반도체 품귀 현상 장기화에 대비, 삼성전자와 DB하이텍 등과 대체 생산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투자와 세제 지원, 생태계 조성에 따른 해외 의존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단기적으로 정부의 국제적 노력이, 장기적으로는 업계 간 협업 구축을 이뤄내 개발 및 생산 역량을 확충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