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성장세 둔화… 국내도 역성장전동화 전략 수정… 투자 중장기로 조정테슬라 1.4만명 감축… GM·포드 투자 연기벤츠·폭스바겐도 속도 조절"보조금-충전할인-세제개편 등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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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되면서 자동차 업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당초 예상보다 늘지 않아 전략 수정이 필요하지만 전동화에 투자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여서다.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계획을 연기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전동화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테슬라는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1만4000여명을 해고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테슬라 전 세계 직원의 약 10%에 해당되는 규모다. 이번 감원 대상에는 드루 베글리노 수석부사장 등 임원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조직을 면밀히 검토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10%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다음 성장 단계를 준비하면서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회사의 모든 측면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제너럴 모터스(GM)는 지난해 전기 픽업트럭 생산을 2025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생산직 1300명을 해고했다. 또한 전기차용 구동장치 생산시기도 올해 1분기에서 4분기로 연기했다.포드도 전기 SUV 생산시기를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미뤘으며, 올해 1월 전기차 공장 직원 1400명을 감원했다. 현재 시판 중인 전기 픽업트럭 F-150의 생산을 축소하면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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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그룹은 동유럽 전기차 공장계획 철회 및 구조조정 등으로 총 100억 유로(약 14조6000억원)의 비용절감 계획을 추진 중이다.벤츠는 당초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의 판매 비중을 5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가 2030년으로 미뤘다. 제네시스도 2025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하이브리드 엔진을 개발을 진행하면서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업체들의 이같은 태도 변화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정체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2021년 456만대, 2022년 775만대, 2023년 1006만대로 집계됐다.전년대비 성장률은 2021년 123%, 2022년 77%에서 2023년에는 30%에 그쳤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전기차 시장이 1.1% 감소하면서 역성장했다.또한 미국 정부가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완화한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미국 정부는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강력한 환경 기준을 마련했지만 2027년부터 바로 적용하는 대신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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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체들은 전기차로 인한 손실을 내연기관 차량 판매로 만회하고 있다”면서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이번 조치로 전동화에 대한 유예기간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이어 “업체들도 당장 전동화 투자는 비용이지만 향후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게 분명하다는 점에서 어떻게 전략을 가져갈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한편, 국내 전기차 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서면서 업계에서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지난해 국내 전기차 보급 목표는 16만3000대로 목표였던 21만5000대 대비 76%에 그쳤다. 게다가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25% 감소했다.김주홍 KAMA 전무는 지난달 30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국제 e-모빌리티엑스포에서 “초기 얼리어댑터들의 구매가 마무리됐고,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부정적 인식, 충전 요금 인상 등이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KAMA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기차 판매 회복을 위해 ▲향후 3년간 한시적 보조금 확대, 충전요금 할인 등 특례 부활 ▲자동차세 개편 관련 전기차 자동차세 증액 유예 ▲국내 생산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의 방안을 건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