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의심거래보고 기준 정교화한 탓FIU 의심거래 평가 기준, '양보다 질' 우선보고 범위 확대에 고액현금거래보고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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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가 폭증하면서 불법재산이나 자금세탁 등으로 의심되는 금융거래가 증가하는 가운데 예상과 달리 의심거래보고(STR: 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건수는 2년째 감소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은행권의 의심거래보고와 고액현금거래보고 현황’에 따르면 은행권의 의심거래보고 건수는 2019년 70만7295건에서 지난해 52만5009건으로 1년 사이 26%(18만2286건) 감소했다.

    2017년 33만3798건에서 2018년 77만7505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의심거래보고 건수는 2019년부터 2년째 감소세다. 

    의심거래보고는 불법재산·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거래를 금융회사들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도록 한 제도다. 

    금융회사들이 이 같은 의심거래를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체 판단하고 있는데 의심거래보고를 하지 않으면 임직원·기관에 대한 징계 등 제재 처분이 내려진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상화폐 거래가 늘면서 의심스러운 유형의 금융거래가 늘어나는 추세였으나 갑자기 감소세로 전환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가상화폐는 탈세·조세포탈과 불법도박, 보이스피싱, 주가 조작, 재산 국외 도피, 횡령·배임 등 범죄에 활용된 사례가 다수 적발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일부 인터넷은행이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실명계좌개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관련 거래 급증으로 의심거래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는 상반된 양상이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이에 대해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의심거래보고 기준을 고도화, 정교화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 등 금융사들이 의심거래보고 시스템 개편을 통해 실효성이 낮은 룰을 없애는 등 조정을 거치면서 의심거래 보고 기준이 보다 정교해졌다”며 “FIU에서 금융사들의 의심거래보고를 평가할 때 건수보다는 보고 품질을 더 중요하게 보는 점도 의심거래보고 고도화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의심거래는 줄어든 반면 은행권의 고액현금거래보고(CTR: Currency Transaction Report) 건수는 2019년 1138만7478건에서 지난해 말 1419만813건으로 1년새 25%(280만3335건)증가했다. 

    이는 고액현금거래 보고 기준이 2019년 7월부터 종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하향되면서 보고범위가 확대된 영향이다. 

    금융권 전체의 고액현금거래보고 추이를 봐도 2013년~2018년까지는 해마다 860만건~960만건 사이에 머물렀지만 2019년 1566만5210건으로 약 75% 폭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