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대응 컨트롤타워 사실상 부재 … "韓대행 운신 폭 줄어"관세·금융시장·물가·환율 등 위기 … "대선 관심에 경제 소홀 우려"조기 대선으로 '정치적 갈등' 심화 … 李 사법리스크로 경제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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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법재판소 ⓒ공동취재단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선고 결과를 접한 경제 석학들은 일제히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둡다고 전망했다. 가뜩이나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폭격'에 따른 금융시장 혼돈은 물론 수출·물가·환율 삼중고 양상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조기 대선 국면에 따른 '정책 올스톱'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거란 우려를 쏟아냈다.헌법재판소는 이날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회가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한다고 결정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지 2년 11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로, 탄핵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남겼다.이번 헌재의 결정에 따른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는 주장도 일각에선 제기되지만,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정치적 대립이 강해지고 이에 따른 공직사회 기강 해이와 경제 정책 공백이 더 커질 거란 우려도 생긴다.특히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트럼프 행정부 재출범 이후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없어져 더 큰 혼란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관세 폭탄, 금융시장 혼돈, 물가 상승, 환율 상승 등으로 우리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경제 측면에서 탄핵 인용이 악수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사회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기 대선 과정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말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전환되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대응하는 여러 조치들을 못 해온 게 사실"이라며 "이번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정부의 역할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 혼란은 더욱 커지게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그는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주식시장에 장기 투자는 줄어들고 매도세가 강해지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여기에 투기 세력까지 동참하게 되면 문재인 정권부터 이어온 거품이 꺼지고, 결국 국내 경제가 파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 ▲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린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서성진 기자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가 전반적으로 정치적 내홍에 휩싸일 경우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대외신인도 점수를 매길 때 한국이 경제 분야에 손을 놓고 있다는 부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핵 여부에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이야 있겠느냐"면서도 "탄핵으로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서 여야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양상이 불거진다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대외신인도에 플러스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와중에 조기 대선에 돌입할 경우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조기 대선으로 모든 관심이 정치권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역대급 경제 위기 속에서도 사실상 '정책 올스톱'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기대선 과정에서 각 정당의 대선후보 선출과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모든 집중도가 대선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행정부 수장의 공백으로 인한 공직사회의 비주도적 업무처리 방식도 정책 공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다만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조기 대선에 따른 부작용이나 진통은 내각이 온전하게 구성된 상태와 비교하면 드러날 수 있다"면서도 "앞선 정치적 갈등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한편, 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새로 선출될 행정부 수장이 '산업 구조조정'에 높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경고음은 7년 전부터 나왔지만 정치권에서 그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단순히 직원을 자르는 것이 아닌, 중소기업부터 신기술을 개발하고 정부가 지원하고, 투자와 함께 고용이 발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