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보급-美·日 생산 차질 등 호재정제마진, 49주 만에 최고… 유가 60달러 선 회복우호적 시황 조성… 1분기 흑자전환 조심스런 예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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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정유업계에 실적 반등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산과 미국·일본 등 생산 차질 등으로 정제마진이 49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유가가 13개월 만에 60달러 선을 회복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들도 흑자전환 가능성을 조심스레 내비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2월4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8달러로, 2월2주 1.7달러 이후 3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2주 3.7달러 이후 49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0.4달러를 기록한 이후 7개월 동안 1달러를 하회한 정제마진은 10월부터 1달러대 회복, 그리고 지난달에는 2.1달러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반등세를 그리고 있다.

    정제마진은 정유업계의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가격이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이 되는 정제마진을 배럴당 4~5달러 선으로 보고 있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밑돌면 정유사들은 제품을 판매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정제마진이 아직 손익분기점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마이너스(-) 정제마진을 이어가던 정유업계로서는 희소식이다. 지난해 정제마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계속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유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정유업계에서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로 석유 수요가 회복되고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한파와 일본 지진 등의 영향으로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제유가와 더불어 정제마진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남부 지역에 몰려있는 400만배럴 규모의 정제설비가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면서 정제마진이 반등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최근 텍사스에 30년 만에 들이닥친 한파로 정전 등이 발생하며 모티바, 엑손모빌 등 약 400만배럴 규모의 정제설비가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이번 한파로 정유 및 화학 설비가 집중된 미국 남부 지역은 전력, 용수, 연료 공급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미국 정제설비 가동률은 70%를 밑돌고 있다. 멈춰선 정유시설을 재가동하려면 최소 2~3주가량이 소요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제설비 가동률이 한파 영향으로 68.6%까지 급락했으며 미국 등·경유 수요는 작년 동기를 상회하며 재고도 동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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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유가 역시 정유사들 실적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기준 유가로 적용되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2월 가격은 배럴당 60.89달러로, 지난해 1월 64.32달러 이후 13개월 만에 6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일간 단위로도 2월9일 60.49달러 이후 60달러 선을 지속 유지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도입 시점 대비 현재 판매가격이 높아지는 이른바 래깅 효과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정유사가 산유국에서 원유를 선적해 제품으로 생산하기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들은 원유 도입 가격 대비 오른 가격에 석유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이익이 따라오는 구조다.

    회계상으로도 래깅 효과에 따른 가격 차가 재고평가이익 또는 재고평가손실로 반영된다.

    지난해 1분기 정유4사가 4조3774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이유도 재고평가손실 때문이었다. 지난해 1월 초 배럴당 60달러 이상이던 유가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면서 같은 해 3월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는데, 이 같은 하락세가 반영되면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이와 반대로 올해 1분기에는 유가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긍정적인 재고평가이익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백영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유가 상승으로 인한 정유사의 재고손익 증가와 정제마진 상승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유가 상승, 정제마진 개선, 래깅 효과 등 수익 개선 요인이 고루 갖춰지면서 업계에서도 1분기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반적으로 '상저하고'의 흐름을 예상하고 있으나, 최근 유가 흐름과 역내 생산 이슈로 인한 시황 반등을 적자를 끊을 반전의 기회로 보고 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일본 지진으로 인한 일시적 공급 불균형으로 단기 역내 마진 반등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유가 오버슈팅 가능성까지 고려했을 때 올해 1분기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 강세와 정제마진 개선 등 1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만한 우호적인 시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마진의 반등세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경우 1분기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