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김유상 이스타항공 대표-노조 간부 대화 녹취파일 단독 입수“보험 가입 안 돼 고심하는데 청와대, 통일부가 ‘비행기 띄워라’ 연락”이스타 노조 “이상직 의원이 정권 실세로 진출하려고 회사 이용한 것”
  • ▲ 이스타항공사 항공기ⓒ뉴시스
    ▲ 이스타항공사 항공기ⓒ뉴시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민간 항공기를 무보험 상태로 대북 사업에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본보가 16일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이 담긴 녹취 파일을 단독 입수했다.

    해당 녹취 파일에는 방북 예정일까지 항공보험 가입이 무산돼 방북 여부를 고심하던 이스타항공 측에 정부기관들이 항공기 운항을 압박하고 이 과정에서 정계 진출 이후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고 공언해 온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무소속)까지 관여한 정황이 담겨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총 2시간30여 분 분량의 녹취 파일에는 김유상 당시 이스타항공 전무(현 대표이사)와 조종사노조 간부 A씨가 지난해 6월경 서울의 한 카페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녹취 파일에 등장하는 김 대표는 이 의원이 지난 19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지냈던 시절 보좌관을 맡았던 인물로 이 의원의 최측근 인사다.

    김 대표는 이 녹취 파일에서 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당시 북한이 유엔(UN) 안보리 제재국가여서 항공기 운항이 금지된 상황이었으나 정부의 요청으로 운항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항공기 이륙(직전)까지 보험 가입이 안 돼 운항을 고심하고 있었는데 통일부 국장과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 전화를 걸어와 ‘왜 비행기가 안뜨냐’고 이륙을 다그쳤다”며 “국토부 쪽에 통일부가 사전 조치를 제대로 안 해 비행기를 띄우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더니 국토부 실장은 통일부를 나무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일부와 국토부 전화를 받고 난 뒤 청와대와 이 의원에게서도 연락이 왔고 이 의원이 ‘청와대가 전화오고 난리가 났는데 무슨 일이냐’고 해 국가 행사라 어쩔 수 없지만 무보험으로 가는 거고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며 “이 의원이 ‘(만약에 사고가 날 경우 발생할 피해가)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 ‘사고가 나면 1000억원대 손해를 입어 회사가 망한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설명을 들은 이 의원은 청와대에 해당 내용(사고 시 피해 및 배상 예상 금액)을 설명할 것을 지시했고 이스타항공 측은 청와대에 무보험 부분에 대한 리스크를 알리고 통일부 측이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사전 조치를 제대로 해주지 않은 점을 항의한 뒤 출국 당일 오전 6시에서야 긴급회의를 열어 항공기 운항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 파일에서 김 대표가 언급한 내용은 통일부가 지난 15일 본보 보도 내용(▲해당기사; [단독] 文정부, 남북평화협력 평양공연 '무보험' 항공기 운항 강행)에 대해 “당시 대북 제재 상황으로 항공 보험 가입이 어려워 남북협력기금법에 따라 보상 문제와 관련한 보증서를 발급했고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것과 상반되는 것으로 통일부가 보증서 발급 등을 뒤늦게 처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당시 주무 부처가 아니어서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른다며 통일부에 책임을 떠넘겼던 국토교통부도 항공기 운항 과정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녹취 파일 내용에 대해 김 대표는 “정부 측에 항공보험 가입 문제를 이야기했고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으로 (보상 문제를)해결하겠다고 해 항공편을 제공했다”며 “당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가 청와대와 통일부 등에 애로사항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이 의원은 청와대 등에서 전화가 오니까 어떤 문제인지 알아보는 차원에서 전화를 한 것일뿐 이 의원이 직접적으로 항공기 운항 여부에 대한 지시를 내린 사실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이스타항공의 실소유주가 이 의원이라는 사실은 정부도 뻔히 알고 있는데 당연히 해당 사안에 대해 정부 측과 이 의원 간에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대형 항공사들도 꺼려하는 방북 특별기 지원을 마치 선심쓰듯 했다는 것은 이 의원이 정권에 편의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겠느냐”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또 “항공보험이라고 하는 것은 민간항공협약에 의거해 적용되는 것이고 항공사업법에 항공보험 의무 가입이 명시돼 있는데 이런 것들을 정부가 다 무시하고 보증을 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어떤 내용으로 보증을 해준 것인지 보증서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보는 이 의원과 최 전 대표에게 일련의 취재 내용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