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앞두고 금융투자업계 긴장 모드업계 조직정비·서비스 실시·금융관료 영입 등 관련 준비 한창"준비시간 턱없이 부족…모호한 기준에 현장서 진통 예상" 우려
  • 오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투자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업계에선 조직 정비 등 관련 준비가 한창이지만 현실적으로 준비 시간이 부족하고, 현장에선 혼란스러운 부분이 상당하다고 호소해 시행 이후 진통이 예상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설익은 제도 시행에 따른 위험 부담을 오롯이 업계가 감당하도록 하는 당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D-2 금소법 시행, 무엇이 달라지나?

    금소법은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제정안이 발의됐다. 이후 총 14개의 제정안이 제출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가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등 펀드 사고가 잇따르면서 법안 처리는 급물살을 탔다. 

    해당 법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인 만큼 불완전 판매를 막고자 하는 내용이 골자다. 우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되던 6대 판매 원칙(적합성·적정성 원칙 및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영업·부당권유행위 및 허위·과장광고 금지)을 전 금융 상품으로 확대 적용했다. 

    또한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에 가입한 후에도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리인 청약철회권, 불완전 판매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 등 소비자 권한도 강화된다. 위법한 계약일 경우 5년 내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설명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시 고의와 과실 입증 책임도 기존 소비자에서 금융사로 전환됐다. 금융사와의 소송·분쟁조정 시 소비자들이 자료 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신설됐다. 금융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

    금융사가 금소법을 위반할 경우 관련 상품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과태료도 최대 1억원으로 상향됐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사모펀드 곤욕 치른 증권가…조직 재정비·금융관료 출신 인사 영입 한창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증권가에서는 법 시행을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행에 앞서 일찌감치 관련 조직을 신설·정비하고 내부인력 교육을 통해 소비자 보호 서비스 실시에 나서는 등 준비가 한창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9년 금융소비자보호팀을 본부로 승격하고 독립 CCO를 선임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전사적 의식 고취를 위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소비자보호 실천 서약을 받고, 소비자 보호 관련 현장 지원 전문인력인 '오피서'를 통해 금융상품 판매절차의 적정성 점검과 민원 사전 예방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고객이 상품별 투자위험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아이콘 등을 이용한 '알기 쉬운 상품 설명서'를 도입했다.

    옵티머스펀드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NH투자증권은 지난 2019년말 독립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를 선임한데 이어 소비자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내부 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을 CCO에서 대표이사로 지난달 격상했다. 

    라임펀드로 곤욕을 치른 증권사들도 조직 재정비를 마쳤다. KB증권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직속 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하고 소비자보호전담 CCO를 선임했다. 그해 7월엔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의 상위 협의체로 CEO가 위원장을 맡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와 함께 올해 주요 경영 목표로 '금융소비자보호 마인드의 전사확립'을 채택하고, 직원 대상 금융소비자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하반기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해 상품심사감리부를 업계 최초로 출범시켰다. 또한 상품선정과 출시를 결정하는 상품전략위원회에 CCO와 금융소비자보호센터 책임자와 실무자가 합류했다. 상품출시위원회에서 출시가 의결된 상품이라도 최종적으로 CCO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상품 출시는 불가능하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CCO를 선임하고 산하에 상품내부통제부를 신설했다. 상품내부통제부는 금융소비자 보호 총괄 소속 부서로 금융상품의 도입부터 판매와 사후관리 등 상품판매 전 과정을 감독한다. 상품을 도입 시 상품내부통제부가 거부할 경우 판매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됐다.

    이외에도 증권사들은 금융관료 출신 인사 영입에도 나선 모습이다. 금소법 시행으로 발생할 증권사와 당국 간 공방의 대비책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은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임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고, 지난 2015~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같은 날 현대차증권도 윤석남 전 금융감독원 회계서비스국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고, 손인옥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KB증권도 지난 18일 주총에서 민병현 금융감독원 전 부원장보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민 전 부원장보는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장과 기획조정국장을 거쳐 지난 2016~2019년 금융투자 감독 및 검사 담당 부원장보를 역임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오는 24일 주총에서 정용선 전 금감원 증권시장담당 부원장보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취지는 좋지만…준비 시간 턱없이 부족·현장 혼란 우려"

    증권가에선 금소법 시행으로 생길 현장의 혼란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모호한 부분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고객 투자 성향 파악과 상품설명서 제공 등 여러 의무를 금융사들에 적용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에서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을 정례회의에서 의결해 금소법 하위규정 제정을 완료했다. 이때문에 금융위는 금소법 및 하위규정이 오는 25일부터 시행되지만 자체 기준 마련, 시스템 구축 등 업계 준비 기간이 필요한 일부 규정에 한해 적용을 최대 6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특히 업계는 위법계약해지권의 남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소비자가 곧바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펀드 부실화 우려가 생길 때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식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당국은 펀드가 부실해졌다고 모든 위법계약해지권이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라고 못박았지만 금융사에게만 전가된 투자손실 리스크로 국내 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금융사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전례 없이 규제와 처벌 강도가 대폭 강화된 법을 시행하면서도 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설익은 감이 있다. 현장에선 금융사와 소비자 모두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제도든 시간이 흐르고 관련 사례가 쌓이면 혼란은 조금씩 잦아들겠지만 당국이 그간의 펀드사고의 책임을 금융사에게만 전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