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12곳 최근 두달간 공사계약액 2조4290억원 규모 증액 공시삼성물산 1071억·현대 4461억·대우 2637억…재건축 현장도 혼란자재수급지수 한달만 16.7p '뚝'…"수익성·실적 4년 전 회귀 우려"
  • ▲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자재값 폭등 여파로 건설업계에 또다시 '역마진'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자재값 상승으로 원가율이 치솟으면서 공사를 해도 수익은커녕 손실만 쌓이는 구조가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건설사들은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 이후 기존 공사비 계약액을 증액하는 등 수익 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단기처방'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50위 내 상장 건설사 12곳의 최근 2개월간 공사비 증액 규모는 2조4290억원에 달했다.

    건설사별로 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고압직류 송전공사 계약액을 2조7693억원에서 2조8764억원으로 1071억원 증액했다.

    현대건설은 대장~홍대 광역철도 민간투자시설사업 건설공사에서 2409억원, 사우디아라비아 자프라 유틸리티공사에서 923억원, 반포주공1단지 1·2·4주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서 1129억원 등 총 4461억원 규모 증액 계약을 체결했다.

    대우건설도 흑석11구역 재개발 2522억원 등을 포함해 공사비를 총 2637억원 늘렸다.

    증액 규모만 보면 삼성E&A가 1조3337억원으로 가장 컸다. 그룹사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투자 확대 및 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관련 공사비 규모도 확대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평택캠퍼스 P5공장 복합동·그린동·변전소 골조공사 계약액이 5500억원에서 1조8790억원으로 급증했다.

    당분간 건설사들의 공사비 증액 시도는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한번 오른 자재값과 공사비 경우 단기간에 떨어질 가능성이 낮은 까닭이다.
  • ▲ 불꺼진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불꺼진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이미 국내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건설사들의 증액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은 서울 송파구 마천4구역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공사비 2899억원 증액을 요구했고 은평구 대조1구역과 강서구 등촌1구역 등에도 공기 연장과 공사비 증액 가능성을 언급한 공문을 발송했다.

    또한 포스코이앤씨는 시공을 맡은 일부 사업장 시행사 측에 '미·이란 전쟁 등 건설환경 악화로 인한 공기 지연 및 원가 상승 리스크 보고'라는 제목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당장 구체적인 공사비 인상을 요청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현재와 같은 자재값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증액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우려다.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미 자재값 상승세는 건설사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가팔라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통계를 보면 3월 자재수급지수는 74.3으로 한달 만에 16.7포인트(p) 떨어졌다. 4월 전망치는 69.6으로 70선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지수가 70선에 못 미치는 것은 2024년 이후 처음이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증액 요구가 잦아지면 조합 등 발주처의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건설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중동 일대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당장 올 하반기부터 실적 부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재무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B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에 낮은 금액으로 계약했던 사업장들이 하나둘 준공되면서 원가율을 낮췄는데 다시 러·우 전쟁 직후인 4년 전으로 회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중동 위기 관련 대책 회의를 하고 공급망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아직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