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잔액 42.9조, 3개월 연속 증가 ‘역대 최대’은행 대출 규제 여파로 2금융권 수요 이동금감원 총량 규제 강화 … 카드사 대출 축소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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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급전 수요가 카드론으로 몰리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이 2금융권으로 쏠리고, '불황형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 집계 기준 9개 카드사의 3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 994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약 920억원 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분기 말 부실채권 상각에도 불구하고 신규 취급이 이를 상회하면서 사실상 43조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불어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은행권 대출 조이기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이내로 제한하고, 주요 시중은행 증가율을 1% 수준으로 낮추면서 대출 공급 자체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문턱이 높아지자 차주들이 카드론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카드론은 대표적인 고금리 단기대출이지만, 심사 절차가 간편하고 승인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경기 둔화기마다 수요가 늘어나는 특성을 보인다. 실제 지난달 카드론 평균 금리는 13.76%로 1년 전보다 1.15%포인트 하락했다. 금리 부담이 일부 완화된 가운데 카드사들의 영업 확대가 맞물리며 수요 증가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론을 포함한 8개 전업 카드사의 관련 수익은 5조 3052억원으로 전년 대비 3000억원 이상 늘었다.

    문제는 신용위험 확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은행 대출태도지수는 -4를 기록하며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금융기관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차주의 상환능력은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다. 특히 저신용·저소득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당국도 카드론 증가세를 예의주시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에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다시 설정하도록 요구했으며, 증가율은 정부 목표치인 1.5%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관리될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카드사는 신규 취급을 축소하거나 선별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규제의 연쇄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은행 대출이 막히자 카드론으로 이동하고, 다시 카드론까지 규제가 확대될 경우 취약차주의 자금 조달 경로가 급격히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카드론 한도가 연소득 100% 수준으로 제한된 이후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이 쏠리는 구조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확대를 유도하며 보완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량 규제가 강화될수록 실제 현장에서는 자금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을 줄일수록 수요는 더 높은 금리의 시장으로 이동하는 구조"라며 "풍선효과를 막으려면 단순 규제보다 취약차주를 흡수할 수 있는 정책금융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