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 부동산 현금화 '속도' 서초동 부호빌딩 323억 매각가능성 높은 미래사업 투자 힘 싣는 구광모 회장 의중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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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7년 넘게 소유하고 있던 서초동 빌딩을 매각하고 자산 유동화에 나섰다. 이 건물은 LG가 LG그룹 퇴직 임원 모임인 'LG크럽'에 사무실을 제공하던 곳으로 지난 2013년 건물 자체를 매입했다가 이번에 완전히 매각하고 LG크럽에 제공하던 사무실도 인근 다른 빌딩으로 옮겼다.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는 지난해 8월 경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의 지상 5층 건물인 부호빌딩을 323억 원 가량에 매각했다. 매입한 측은 교대역1번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다.LG그룹은 지난 2013년 이 건물을 162억 원 가량에 매입해 7년 넘게 보유하고 있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과 3호선 더블 역세권에 위치한 이 빌딩은 대지면적 252평, 연면적 953평 규모로 지난 1992년 준공됐다.LG는 이 건물에 퇴직임원 모임인 'LG크럽' 전용 사무실을 임대해면서 인연을 맺어 건물 자체를 매입하게 된 경우다. 그동안 LG그룹은 사장 이상 퇴직자들을 고문으로, 부사장 이하 퇴직자들을 자문역으로 예우하며 퇴직임원들을 관리해왔는데, 이와 동시에 퇴직 임원들이 자율적으로 모임을 갖고 새 사업을 구상하거나 전업 준비를 하는 LG크럽도 수년째 운영되고 있다.LG는 이 조직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부호빌딩 2~5층에 사무실을 임대해 제공해왔다. 그러다 이번에 빌딩 자체를 매각하게 되면서 LG크럽 사무실도 인근 다른 건물로 이전하게 됐다.7년 간 퇴직 임원들의 보금자리였던 빌딩은 매각했지만 LG는 퇴직 임원 모임인 LG크럽에 기존과 같은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LG는 이번 서초동 빌딩 매각으로 170억 원 가량의 매각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빌딩을 매각한 정확한 사유는 알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LG가 다양한 유휴 부동산 및 자산 매각 작업에 나선 것으로 미뤄 짐작할 때 서초동 빌딩 또한 이 같은 자산 유동화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됐을 것이라 본다.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활용도가 떨어지는 자산을 적기에 현금화하는 유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휴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해 가능성 높은 미래 사업에 투자해 힘을 실어주고 보다 미래 지향적으로 그룹 자원을 운용해나가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최근에는 일본에 매입했던 빌딩 매각에도 성공하며 2000억 원 넘는 실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일본 도쿄에 주요 계열사 현지 법인 사무실로 이용하던 '교바시 트러스트 타워'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해당 건물에 입주한 법인 사무실을 임대로 전환하는 '세일앤리스백(Sale&Lease Back)' 방식을 택해 효율성을 높였다.조만간 구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이 LX그룹으로 계열분리한다는 점도 LG그룹이 잇따라 자산 매각에 나서는 배경으로 꼽힌다.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여는 LG는 전자와 화학, 통신 등 주요 사업을 제외하고 상사와 실리콘웍스 등 일부 회사를 계열분리하는 안을 상정할 예정이며 이후엔 본격적인 구광모 체제가 가동된다.구 회장이 실용주의를 중심으로 배터리나 차량용 전장 등 미래 성장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라 자산 효율화 작업으로 마련될 실탄으로 추가적인 지분 투자나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로 구 회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LG 내에 M&A를 전문으로 추진하는 조직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근시일내에 LG가 또 다시 글로벌 M&A시장에 등장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