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지원법' 정면비판 부담삼성-SK 현지공장 속도 조절 불가피對中 제재, TSMC 견제 … 파운드리 반사이익 기대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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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 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앞선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S)' 폐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온 트럼프가 자국 기업 보호를 앞세워 이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은 동시에 더 많은 자국 내 투자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다만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 강도를 높여 견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6일 반도체업계는 제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후 미국 투자 환경 변화를 비롯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 변화에 실질적인 대비에 나섰다.무엇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설립 중이거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이다. 트럼프가 후보 시절부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을 정면 비판하고 나서면서 현지에서 건설하는 공장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가 달라질 위험이 커졌다. 보조금이 줄어들거나 지급 조건이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동시에 일각에선 반도체 지원법 자체가 완전히 재검토될 가능성까지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당장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트럼프 당선에 다각도로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 4월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64억 달러(약 8조 8000억 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확정됐지만 향후 몇 년에 걸쳐 실질적으로 보조금 지급과 세금 공제 등이 이뤄지는 탓에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의 입장에 따라 보조금 여부가 달라질 여지가 있었다.이번에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정책 변화에 따라 삼성의 현지 공장 건설 계획에 변경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책정된 보조금 규모도 현지 인건비와 원자재가 상승으로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알려졌는데 보조금 지급이 안되거나 지급 조건이 달라지면 건설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올 초 미국 신공장 투자를 결정한 SK하이닉스도 새 정부가 들어서는 것에 불안감은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 주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2170억 원)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과 AI(인공지능) 연구센터를 건설키로 하고 이에 대한 보조금으로 4억 5000만 달러(약 6200억 원)를 받기로 했다. 대출 5억 달러(약 7000억 원)도 혜택 중 하나다.업계에선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반도체 지원법 자체를 부정하긴 어렵지만 추가 투자나 기타 조건들을 더 요구하면서 지원금을 지급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삼성은 이미 미국 측 요구에 따라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외에 첨단 패키징 공장 신설을 추진해 총 400억 달러(약 55조 원) 투자로 규모를 키웠지만 여기에 또 다른 조건을 추가할 경우의 수를 배제하기 어려워졌다.그 밖에도 반도체 지원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최종안에 포함된 우려국에서의 반도체 생산능력 확장이나 신축 금지 조항을 비롯해 생산라인 주요 정보 공개, 수익 공개 등 독소조항 등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반면 트럼프의 강경한 대중 정책 기조에 따라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 반도체를 완전히 따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안도감도 공존한다. 기존에 바이든 정부에선 중국의 고성능 반도체 기술에만 강도 높은 규제를 실시했지만 이제는 그 영역이 범용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실제로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중국산 제품에 60~100% 관세를 매기겠다는 강경책을 내놓으며 확고한 기조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 트럼프 1기에 중국산 반도체에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대중 투자를 줄이고 현지 생산 공장을 상당 부분 정리한 상태라 이번엔 미국의 강경책이 국내 반도체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확률을 높게 본다.트럼프가 대만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겐 기회요인이 되는 동시에 긴장감을 주는 요소로 꼽힌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인터뷰를 통해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가져갔다고 비판하며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지급해야 하고 무역 장벽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TSMC가 미국의 견제를 받게 되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파운드리 기업들에 상대적으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미국 기업인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으로 위기를 겪는 가운데도 트럼프 정부의 지원에 힘 입어 부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파운드리 2위인 삼성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란 기대감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