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및 PX 약세, 수익 기반 '흔들'부채 줄었지만 재무건전성, 분할 후 최악"정제마진 및 PX, 회복세… 회사채 차환 발행 예정"
  • SK인천석유화학. ⓒ권창회 기자
    ▲ SK인천석유화학. ⓒ권창회 기자
    SK인천석유화학이 SK에너지의 인천 CLX 인적분할로 설립된 2013년 7월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직전 3년간 영업이익을 넘는 영업손실을 지난해 1년 만에 기록했을뿐더러 재무구조 역시 악화 추이를 막지 못했다.

    26일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별도 기준 66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3965억원 이후 실적 부진이 이어지다가 지난해 들어 전년대비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직전 3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 5443억원보다 많다.

    매출액도 2018년 8조9314억원, 2019년 6조7665억원, 지난해 4조942억원으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매출액의 경우 2017년 2조8427억원 이후 두 번째로 적은 수준이지만, 2017년 분할이 7월께 이뤄져 반기 매출액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최저치인 셈이다.

    2016년부터 원가율이 높아지면서 점차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2016년 당시 원가율은 91.8%였으며 △2017년 94.0% △2018년 97.9% △2019년 99.2% △2020년 115% 등이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7.43%에서 마이너스 16.1%로 급락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2018년 4분기 이후 높은 유가 변동성, 글로벌 경기 둔화 기조 확산, 중국의 대규모 PX 증설을 비롯한 수급 여건 저하, 미국의 대이란 제재 강화로 인한 원재료 조달여건 악화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이익창출력이 둔화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된 석유제품 수요 위축, 원유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재고 시차 효과 및 기말 재고자산 평가와 관련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휘발유, 항공유 등의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손익분기점 이하의 정제마진이 지속되면서 6072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하반기에는 유가 상승효과에도 정제마진 약세, 주력 석유화학제품인 PX의 스프레드 하락 등이 영업실적 개선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다. 당초 하반기 이후 실적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영업실적 추이는 기대에 비해 상당한 부진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익 기반이 약화되면서 재무구조도 사상 최악으로 악화됐다.

    부채비율 184%, 차입금의존도 119% 모두 분할 설립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채비율의 경우 부채(2조9368억원)는 전년대비 17.4% 감소했지만, 이익창출력 감소에 따른 자본 확충이 마이너스(-26.9%) 흐름을 보이면서 악화(21.0%p)된 케이스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차입금 규모(1조8996억원)는 소폭 감소(-12.8%)했으나, 자본 감소에 따라 증가(19.2%p)했다. 게다가 이미 자본(1조5944억원)을 초과한 상태다.

    과중한 채무 부담으로 이자비용 역시 최근 2년간 불어나고 있다. 게다가 영업성적까지 부진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은 마이너스 10.2배에 달했다.
  • SK인천석유화학. ⓒSK인천석유화학
    ▲ SK인천석유화학. ⓒSK인천석유화학
    유동비율 역시 109%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1조4400억원에 불과하다. 2013년부터 7년간 평균 유동자산 규모는 2조3636억원으로, 1조원가량 차이 난다.

    차입금의 15.4%인 2935억원이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으로 구성됐으며 연내 2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예정으로, 유동성 리스크도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2018년부터 부족 자금이 크게 발생한 가운데 2019년 신종자본증권인 RCPS(상환전환우선주, 발행 잔액 8000억원)를 영구채 발행(6000억원, 회계상 자본) 및 여타 차입조달을 통해 상환하면서 차입금 규모가 과거에 비해 상당폭 증가한 상태다.

    이후로는 실적 저하에 따른 현금창출력 축소, 투자 및 배당 확대 등으로 차입금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가 하락과 더불어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의 운전자금 규모가 크게 감소하고 보유 토지 매각(매각예정자산 처분 약 670억원)도 완료되면서 차입금을 소폭 줄였다. 하지만 과중한 재무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현금창출력 회복에 적잖은 시간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현재 유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대부분 회복했지만, 주요 석유 및 화학제품은 본격적인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손익분기점 이하의 제품 마진이 지속되고 있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점차 경기 반등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생산능력과 사업 기반,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수직계열화된 생산체계와 생산 효율성 등을 감안하면 점진적인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당분간은 글로벌 경기 등락과 석유 및 화학제품 수요 부진, 중국 중심의 아시아 지역 신규 설비 증설이 산업 내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코로나19 재확산 및 미·중 갈등 심화 등의 경기 불확실성 요인이 존재하는 가운데 사업 포트폴리오 및 정제능력 등을 고려할 때 정제마진 및 PX 스프레드 변동 등에 따른 실적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현금창출력 축소를 감안하면 당분간 재무구조 역시 저하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향후 정제마진 회복 등을 바탕으로 재무구조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있지만, 차입금 절대 규모가 대폭 증가한 만큼 과거 수준으로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송미경 실장은 "향후 투자 부담은 경상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파악되지만, 예상 이익 창출 수준, 운전자금 부담, 저하된 재무구조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중기적으로 차입금의존도는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 측은 "주요국들의 경기 부양 노력 및 경제 활동 회복 등과 함께 석유제품 수요의 회복이 이뤄지면서 정유업계의 순증설 둔화 및 가동률 조정 등을 바탕으로 정제마진 회복 추이가 예상된다"며 "PX 스프레드 역시 향후 전방 PTA 증설, 합성섬유 수요 회복 등을 바탕으로 점차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4월5일 만기가 도래하는 1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을 위해서는 다음달 올해 첫 공모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채권시장 여건이 좋은 만큼 모집금액을 다소 늘릴 수도 있지만, 일단 잠정적으로는 차환 수요에 맞춰 모집금액을 결정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은 매년 공모채 시장을 찾아 최대 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