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율 높은 국내 접고 말레이로 집중… 호황기 맞아 '미소'반도체용도 수익성 제고 기대… "일시 하락 재무지표, 회복 가능"
  • ▲ 서울 중구 소재 OCI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중구 소재 OCI 본사. ⓒ성재용 기자
    지난해 '국내 태양광 엑시트'를 선언한 OCI가 정상화 시기를 거쳐 폴리실리콘 호황기를 맞아 미소를 띠고 있다. 원가가 낮은 말레이시아 공장으로의 '집중'이 유효했다는 평이다. 안정적 재무구조에도 다소 저하된 재무지표 역시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OCI의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 규모는 모두 2조515억원으로, 2014년 4조1632억원 이후 지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차입금 규모도 2016년부터 1조2000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총액이 줄어들면서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악화하고 있다.

    실제 자본금이 본격적으로 저하된 2018년부터 부채비율은 62.0%에서 85.9%로, 차입금의존도는 29.5%에서 53.5%로 2년 연속 악화됐다. 자본총액은 2018년 3조4925억원에서 2019년 2조6857억원(-23.1%), 지난해 2조3857억원(-11.1%) 순으로 낮아졌다.

    자본금 저하의 원인은 만성 적자 탓이다. OCI의 영업이익은 2017년 2844억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18년 4분기(-431억원) 이후 7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연간으로도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나타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모두 3609억원에 달한다. 2017~2018년 2년간 순이익이 3364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폴리실리콘 사업이 포함된 베이직케미칼 부문이 2018년 3분기 이후 매분기 적자를 지속하면서 전체 영업손실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카본케미칼 부문이 일정 규모 이익을 창출했지만, 폴리실리콘의 실적 부진을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중국의 보조금 축소 및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표 등 정책 영향에 따른 태양광 수요 성장에 대한 우려와 경쟁업체들의 공격적 증설에 따른 과잉공급 심화 등으로 제품 전반의 가격이 하락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2018년 초만 하더라도 ㎏당 18달러에 육박했으나, 정책 영향으로 하락세를 지속한 결과 같은 해 말에는 1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9년에도 연초 9달러에서 연말 7.3달러까지 꾸준히 하락세를 지속해 연 평균 가격이 8.2달러에 머물렀다. 웨이퍼, 셀, 모듈 등도 전반적으로 가격 하향 추세가 나타났다.

    폴리실리콘 사업의 불확실성을 보완해주던 TDI, 과산화수소 등 기타 베이직케미칼 제품의 시장가격 역시 2018년 하반기 이후 하락하면서 실적 부진이 심화했다.
  • ▲ OCI 군산공장. ⓒOCI
    ▲ OCI 군산공장. ⓒOCI
    이에 지난해 초 OCI는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라인을 가중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정책 리스크 및 과잉공급으로 시장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꾸준한 원가 절감에도 이익 창출이 어려운 수익구조가 지속되면서다.

    그러면서 폴리실리콘 투트랙 전략이 본격화됐다. 전북군산 공장의 폴리실리콘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일부 생산라인(P1)의 경우 설비를 보완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은 말레이시아 소재 자회사인 OCIM에서 주로 공급할 예정이다. OCIM의 생산능력은 2만7000t으로, 전력비용이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2019년 개선 작업(Revamping)을 마무리한 만큼 원가 절감 효과도 있다.

    실제 말레이시아 공장의 원가 수준은 중국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것으로, 대부분의 중국업체와도 경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OCI는 지난해 설비 개선 및 공정조건 변경을 통해 생산능력을 기존 연 2만7000t에서 3만t으로 10% 증대한 데 이어 내년까지 생산공정 개선(Revamping)으로 연 3만5000t으로 높일 계획이다.

    동시에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고객사인 반도체용 웨이퍼 기업들의 증설 계획에 맞춰 공급량을 증대할 계획으로, 올해 판매 목표는 약 2000t이다.

    최근 글로벌 태양광 수요 전망이 상향(149→171GW)된 데다 춘절 이후 웨이퍼 업체들의 본격적인 재고 축적 수요가 발생하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1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계획된 신증설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업황 개선은 OCI가 고스란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OCI의 올해 매출액은 2조3737억원, 영업이익은 2684억원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은 종전 고점인 2017년 2844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며 영업이익률은 11.3%로, 2011년 26.0%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연간 태양광 시장 전망치가 전년대비 대폭 성장한 최대 200GW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재고 축적 수요가 발생한 데다 폴리실리콘 신규 증설이 많지 않으면서 타이트한 시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현 수준의 가격이 유지되거나 소폭 상승할 경우 군산공장도 일부 가동이 가능한 만큼 경제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역시 아직은 고정비 부담이 높은 상황이지만, 생산 확대 이후 안정적인 수익성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며 DCRE 프로젝트 분양 개시로 유의미한 현금 유입 또한 기대된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원가경쟁력이 열위한 국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재편으로 고정비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하며 OCIM의 경우 변동비 감축, 설비 운전조건 최적화 등 지속적인 원가 절감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있어 향후 수익구조가 안정화될 것"이라면서 "중기적으로는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감소 등으로 영업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전반적으로 우수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으나, 일부 재무지표가 저하됐다"며 "폴리실리콘 증설 투자를 철회한 후 대규모 설비 투자를 자제하고 있는 만큼 영업현금창출능력이 회복되면 저하된 지표들도 제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