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윤활유 '탄탄'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수요 및 정제마진 회복으로 연간 턴어라운드도 가능할 전망부채 10조 등 과중한 채무 부담 속 연내 7천억 회사채 만기 부담도
  • ▲ 서울 마포구 소재 에쓰오일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마포구 소재 에쓰오일 본사. ⓒ성재용 기자
    에쓰오일이 석유화학 부문과 윤활유 부문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1분기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기준으로는 정제마진과 수요 회복까지 기대되면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지난해 실적에서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10조원에 달하는 부채와 낮은 유동성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하다. 올해 7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도 예정돼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에 매출액 5조884억원, 영업이익 2366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816억원에 비해 189% 증가하면서 지난해 1분기 1조72억원 손실 이후 이어진 침체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앞서 에쓰오일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매출액 역시 전분기 4조2802억원보다 18.8%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2분기 3조4518억원 이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직전 5개 분기(2019년 1분기~2020년 1분기) 평균 분기 매출액은 5조9185억원이다.

    정유 부문은 2019년 3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정제마진은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재고 관련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부문은 평균 스프레드가 소폭 개선됐다. PP(폴리프로필렌)·PO(산화프로필렌) 등 올레핀 스프레드 강세가 전분기에 이어 지속되는 가운데 PX(파라자일렌)·벤젠 등 아로마틱 스프레드까지 회복되면서 호실적이 예상된다.

    윤활유 부문은 전방 수요 개선과 타이트한 공급에 따른 스프레드 확대가 지속하며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정유업체에서 항공유 생산을 축소하기 위해 고도화 정유설비 가동을 줄였는데, 윤활유 원료(UCO) 생산량도 같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유 부문은 래깅 마진들이 개선되는 가운데 유가 상승으로 재고평가이익이 크게 발생할 전망이고,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부진한 스프레드를 기록했던 아로마틱 제품들이 실적 턴어라운드를 시작한 만큼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적 추정치 분석에 따르면 연간 매출 21조2663억원, 영업이익 9551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16조8296억원, 영업손실 1조991억원에서 반등할 전망이다.

    정유 부문은 글로벌 정유설비 폐쇄로 인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글로벌 가동률이 73%까지 급락(평균 82%)하자, 2020~2022년 하루 360만배럴 규모의 노후 정유설비 폐쇄가 발표됐다. 이는 글로벌 수요의 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올해는 하루 13만배럴 감소가 예상되면서 정제마진 회복을 이끌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정유사들이 3~4월 총 57만배럴 규모의 정기보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에쓰오일은 플랜트 셧다운 없어 물량 측면의 감소 효과가 제한된다. 또 백신 보급 확대에 따른 석유 수요 회복도 점쳐진다.

    석유화학 부문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개선으로 PO·PP 강세가 지속하며 대규모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증설에 따른 PX 스프레드 개선도 기대된다. 윤활기유는 올해 역내 순증 물량이 80만t으로 2019년에 비해 25%에 그치는 등 제한적인 증설 속 견고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유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2월 정제마진은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올해 글로벌 수급도 대규모 정제설비 폐쇄와 수요 회복으로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에쓰오일
    ▲ 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에쓰오일
    아쉬운 점은 재무안정성이다.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에쓰오일의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는 모두 10조80억원으로, 전년 9조8367억원에 비해 1.74% 증가하면서 2014년 5조3467억원 이후 6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불어난 부채는 4조6613억원으로, 2014년 이후 7년간 영업이익 3조4784억원보다 많다. 부채비율은 2015년 100%에서 지난해 176%로 76%p 악화됐다.

    차입금 규모는 5조701억원으로, 전년 5조8745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13.6%)했지만, 최근 저점인 2015년 3조5897억원에 비해 증가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015년 66.6%에서 지난해 89.2%로 늘어났다. 2019년의 경우 90.4%로, 차입금 세부내용이 공개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자비용도 가중됐다. 지난해 이자비용은 1580억원으로, 매출액에서 차입 비중이 높았던 지난해 1828억원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13.5%)했지만, 2015년 358억원에 비해서는 4배 이상 뛰었다. 이자보상배율은 22.8배에서 지난해 1조원대 영업손실로 마이너스(-6.95배)로 돌아섰다.

    유동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동비율은 2015년 176% 이후 5년 연속 감소해 76.1%까지 악화됐다. 유동자산이 2016년 7조9743억원에서 지난해 4조9665억원으로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유동부채는 4조8327억원에서 6조5651억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단기차입금 비중도 37%대를 유지하면서 잠재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특히 다음달부터 연내 7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7374억원이며 지난해 말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AA+→AA)으로 차환 발행 여건마저 상대적으로 악화한 상황이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투자 및 배당 부담 축소, 정제마진 회복 및 신규 설비 가동 효과 등을 바탕으로 재무구조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차입금 절대 규모가 증가한 만큼 과거 수준으로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