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배출량 7억톤발전에너지 8.8조, 철강 4.1조, 석유화학 2.1조전기요금 인상 우려… "세제지원 등 정책방향 설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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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주요국가의 탄소중립 선언과 탄소세 도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를 도입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세부담이 최대 36조원 넘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강, 정유 등 전통적 제조업이 세금폭탄을 맞게 돼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탄소세를 도입한 국가는 24개국에 달한다. 아직은 스웨덴, 스위스, 핀란드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국가들 중심이지만, 배출량 순위 5위인 일본과 10위 캐나다는 현재 시행 중이다. 또 EU도 오는 7월 부터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는 등 주요 탄소배출국가들도 속속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7억톤 수준이다. 캐나다, 멕시코 등과 10위권 안팎의 배출순위를 유지 중이다. 연간 123억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중국이나 64억톤의 미국보다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선진국의 탈탄소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발의한 탄소세법은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톤당 8만원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여기서 나오는 56조원 규모의 돈을 전국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탄소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증세 움직임에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전경련이 온실가스 1톤당 10달러, 30달러, 50달러의 세가지 과세기준을 가정하고 분석한 결과 각각 7조3000억원, 21조8000억원, 36조3000억원의 세부담이 더해졌다. 한국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비슷한 캐나다의 경우 지방정부에 따라 14달에서 28달러까지 부과하고 있다. 이는 2019년 전체 법인세수 대비 10,1%, 30.2%, 50.3%에 해당하는 규모로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대 기업과 탄소세 예상 세액
    ▲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대 기업과 탄소세 예상 세액
    문제는 반도체, 배터리, ICT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보다 영업이익이 낮은 철강, 화학, 시멘트, 정유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배출량 기준 상위 100대 배출처는 전체 탄소세의 89.6%를 부담하며 영업이익 대비 탄소세 비중은 시나리오별로 10.8%, 32.3%, 53.8%로 나타났다. 여기서 영업이익 상위 10개 배출처를 제외하면 탄소세 비중이 39.0%, 117.0%, 195.0%까지 상승하게 된다. 영업이익이 낮은 기업일수록 탄소세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탄소세액이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배출처 수도 시나리오별로 각각 22개, 41개, 50개에 달했다.

    업종별로 봐도 톤당 30달러를 부과하는 중위 시나리오의 경우 발전에너지 업계가 8조8000억원, 철강업종이 4조1000억원, 석유화학 2조1000억원 등 전통적인 제조업에게는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특히 전기공급을 주로 하는 한국전력 등 공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철강업도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내야하는 탄소세는 3조7000억원에 달하는데 두 회사의 영업이익은 4조2000억원 수준이어서 1년간 번 영업이익의 89%를 세금으로 내야할 처지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2019년 탄소배출권 구매를 위한 배출부채 1571억원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73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대책은 아직 미미하다. 미국의 경우 향후 10년간 청정에너지 생산 및 수송 산업에 400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주요 탄소배출국들의 정책적 지원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저탄소화 전환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산업구조"라며 "저탄소화 R&D) 투자를 확대하고 세제지원 등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