쎌마테라퓨틱스·폴루스바이오팜,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 발생온코퀘스트파마슈티컬 주주, 회계법인에 "가치평가 수행능력 없다" '기술특례 상장' 신라젠은 관리종목, 16년간 상장 폐지된 기술특례기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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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이후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가운데 회계감사에서 낙제점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가운데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코스피에서 8곳, 코스닥에서 41곳 등 총 49곳이다. 이는 전년(코스피 7곳, 코스닥 33곳 등 총 40곳) 보다 22.5% 늘어난 규모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8곳 중 2곳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해 최초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쎌마테라퓨틱스와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인 폴루스바이오팜이 대상이다. 

    쎌마테라퓨틱스는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코비박'의 국내 위탁생산(CMO)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다. 앞서 쎌마테라퓨틱스는 GC녹십자, 휴먼엔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코비박의 국내 위탁생산 유치 관련해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쎌마테라퓨틱스의 감사인인 예일회계법인은 "러시아 소재 NBT CJSC에 대한 투자금 207억원과 손상차손 36억원의 회계처리 적정성 판단을 위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테슬라(옛 맥스웰) 지분증권에 대한 실재성도 확보하지 못했다"며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은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8조에 따라 상장폐지절차가 진행된다. 이의신청 시한은 오는 20일이며, 신청서 제출 시 거래소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쎌마테라퓨틱스 주식은 지난달 30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제 2의 셀트리온'으로 불리며 주식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폴루스바이오팜은 2년 연속 회계법인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2019사업연도·2020사업연도 감사인인 참회계법인과 서현회계법인은 모두 감사의견 거절 결정을 내렸다. 

    거래소는 오는 12일 개선기간 종료 후 상장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 결정할 예정이다. 이의 신청 시 2019사업연도 감사의견 상장폐지 사유와 병합해 심의·의결한다. 앞서 폴루스바이오팜은 '횡령·배임혐의 발생' 사실 공시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관련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으로 작년 10월 결정됐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온코퀘스트파마슈티컬(OQP)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이 기업은 지난해 캐나다의 면역항암제 개발업체 온코퀘스트의 난소암, 췌장암, 유방암 치료제 관련 특허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프로그램, 지적재산권 등을 인수해 신약개발 업체로 변신했다.

    OQP 감사인인 다산회계법인은 "무형자산 금액의 적정성을 확인할 감사증거가 부족하다"며 거절 의견을 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함에 따라 지난달 23일부터 온코퀘스트파마슈티컬의 주권거래매매를 막았다. 

    그러나 이러한 회계법인의 판단을 둘러싼 주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평가 수행능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갑질 먹튀 회계법인의 무책임함을 바로 잡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현재 6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오레고보맙은 식약처에서 임상 승인을 받았으나 이 약을 가진 OQP가 (회계법인으로부터)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회사 존속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약의 국내 임상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레고보맙은) 국가기관인 식약처와 미국 FDA가 인정하고 전 세계 50개 대학병원에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무형자산인 약에 대한 가치평가를 할 능력이 없는 회계법인이 감사해 의견 거절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코오롱티슈진은 2020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서현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았다. 이에 앞서 한영회계법인은 2개 사업연도 연속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19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받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실제 성분이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인보사의 품목 허가 취소로 거래가 정지되며 당해 상장폐지가 의결됐지만, 개선기간을 부여 받으며 현재까지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난 2016년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 신라젠도 상장폐지 기로에 섰다가 극적으로 개선기간 부여 받았다. 신라젠은 지난 2019년 8월 펙사벡 간암 대상 3상 중단 권고를 받은 데 이어 작년 5월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작년 11월 30일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신라젠에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기로 심의·의결했다. 

    당시 신라젠의 퇴출 위기는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의 신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영업실적은 미미하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이 기술평가기관의 평가를 통해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2005년 3월 바이오 업종에 대해 최초 도입된 이후 거래소는 특례적용 대상 확대 및 기술 평가 신뢰성 제고 등의 노력을 지속해 왔다.

    바이오 기업 특성상 임상진행, 기술이전 성공여부 등에 따라 일반기업 대비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 작년 2월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약·바이오기업 대상 포괄공시 가이드를 마련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기술 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총 124곳이다. 지난 16년간 상장 폐지된 곳은 없었지만 샘코·신라젠·캔서롭 등 3개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전체 기술특례기업의 2.4%에 해당된다. 

    이 중 샘코는 2019사업연도·2020사업연도 감사의견 거절(감사범위제한 및 계속기업 존속능력 불확실성)을 받아 유일하게 퇴출사유가 발생했다. 이의신청 기간은 오는 13일까지다. 이의신청이 있을 경우 거래소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제33조의4의 규정에 의거 2019사업연도 감사의견 상장폐지사유와 병합해 심의·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