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GDP의 100% 육박… 영끌·빚투에 주담대 '껑충'증가속도 빠르고 단기부채 비중 커… "금리상승시 위험↑"나랏빚 내년 1100조 근접… 홍남기 "빠른 증가속도에 경각심"
  • ▲ 대출창구.ⓒ연합뉴스
    ▲ 대출창구.ⓒ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이후 반등을 노리는 한국경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더미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나랏빚과 가계빚 모두 증가속도는 물론 부채의 질도 나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월간 재정포럼 3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빚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8.6% 수준이다. 전 세계 평균 63.7%, 선진국 평균 75.3%보다 높다.

    '국가별 총부채와 부문별 부채의 변화추이 비교'자료를 보면 가계빚 증가 속도는 세계 금융위기가 고조됐던 2008년(71.0%) 이후 27.6%포인트(P) 증가했다. 전 세계 평균 증가 속도 3.7%와 선진국 평균 마이너스(-)0.9%와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부채의 질도 좋지 않다. 한국은 1년짜리 단기부채 비중이 22.8%를 차지했다. 유럽 주요국의 경우 프랑스 2.3%, 독일 3.2%, 스페인 4.5%, 이탈리아 6.5%, 영국 11.9% 등이다. 많게는 10배 이상 많다. 한국보다 단기 비중이 높은 주요국은 미국이 31.6%로 유일하다. 단기부채 비중이 높다는 것은 유동성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2019년 기준)도 47.2%로 높은 편이다. 금융빚을 당장 갚을 수 있는 금융자산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부채 위험도가 크다고 본다. 미국은 17.3%, 프랑스 30.0%, 영국 28.7%, 독일 28.3% 수준이다.

    가계빚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2019년 기준 GDP의 43.9%로 나타났다. 조세연은 미국 49.5%, 프랑스 45.4%, 스페인 41.6% 등과 비슷하다고 봤다. 다만 조세연은 주담대 증가 추세는 높은 편이어서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세연은 주담대에 전세금 규모를 합산해 주택대출을 다시 계산하면 GDP 대비 61.2%까지 비중이 올라간다고 경고했다.

    조세연은 "부채규모가 늘어난 현시점에서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면 이자 비용이 많이 증가하는 등 경제 전체에 충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최근 정부에서 관리 필요성에 따라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중이며 이는 가계대출의 급격한 증가를 조절하는 데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가계빚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꼽힌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계빚 규모는 1726조1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7.9% 늘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내놓은 25회의 주택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인해 주담대가 급증한 데다 주식투자를 위한 신용대출까지 늘어난 결과다. 한국은행 오금화 국제협력국장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전반을 평가할 때 다른 항목은 좋게 나오는데 가계부채 증가는 가장 우려하는 대목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순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가계대출 안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 ▲ 채무.ⓒ연합뉴스
    ▲ 채무.ⓒ연합뉴스
    나랏빚도 차기 정부에 부담을 안길 정도로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기준으로 나랏빚 규모는 965조9000억원까지 늘어났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2% 수준이다. 지난해 2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오르면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재정당국의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52.3%까지 치솟는다. 나랏빚은 1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부채 증가 속도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재정당국에 따르면 2001~2018년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D2) 증가율은 연평균 11.1%다. 부채 증가율이 같은 기간 경상성장률(5.8%)보다 2배나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여섯 번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출석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에 재정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여당 주장에 "2025년까지 증가하는 국가채무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IMF 등 국제기구도 이런 측면을 지적한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5~30일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위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의 연례협의에서도 "올해 한국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다만 나랏빚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특히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 넘쳐난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에서 이기면 1인당 10만원의 디지털화폐 지급을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같은 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도 당선되면 1년 안에 시민 1인당 10만원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언했다. 이들 지역에서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이 공론화될 경우 형평성 논란과 함께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이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