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격 통제에 유통 가격 왜곡 심화직영은 억단위 출혈, 자영은 매출 절벽장기화시 자영 주유소 폐업 속출 불가피
-
- ▲ 5일 오후 9시경 늦은 시간임에도 한 정유사 직영 주유소에는 주유 순서를 기다리는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1848원, 경유는 1830원.ⓒ뉴데일리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시장 가격이 왜곡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자영 주유소들은 정유사가 직영 주유소를 중심으로 최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영업이 어려워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정유사 측은 정부 정책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면서 정유사와 주유소 업계 간 갈등만 부추기고 있는 모습이다.6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면서 주유소 현장에서는 가격 왜곡과 적자 판매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정유사 직영 주유소가 공급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실제 현장에서는 최저가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자영 주유소 간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5일 오후 9시경 늦은 시간임에도 한 정유사 직영 주유소에는 주유를 기다리는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1848원, 경유는 1830원이었다.정부가 설정한 2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그러나 이곳 직영 주유소는 이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최저가를 찾는 차량들이 몰려 주유소 진입 차선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반면,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자영 주유소는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2043원, 2023원으로 책정했다. 이곳은 차량 1~2대만 주유하는 등 한산한 모습이었다. 인근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모두 1997원에 판매하는 주유소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적자를 보고 팔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오피넷 기준 이날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950.54원으로 전일 대비 2.14원 상승했다. 서울 평균은 1986.48원으로 2.69원 올랐다. 경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ℓ당 1945.15원, 서울 평균은 1964.17원을 기록했다.자영 주유소는 정유사 공급 가격에 일정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구조의 개인 사업자다. 반면 직영 주유소는 정유사가 생산한 휘발유·경유 등을 직접 공급받아 운영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직영 주유소가 아닌 정유사의 손익 구조에 반영된다.자영 주유소 업계는 최소 100원가량의 마진 확보가 정상적인 영업의 기준이지만, 단돈 10원이라도 싸게 판매하는 곳으로 소비자가 몰리면서 가격 책정이 어려워진 상황이다.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일부 주유소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영업을 중단하거나 주말·야간 영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자영 주유소 관계자는 “팔수록 손해라 최근 6년 만에 일요일 휴무를 정했다”고 했다.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자영 주유소들이 2차 가격 직전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100을 주문해도 70~80만 공급받거나, 아예 물량을 받지 못한 주유소도 있었다”며 “재고가 바닥난 상태에서 2차 가격제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1차 수준의 낮은 가격에 맞춰 판매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 달 동안 수천만 원대 적자를 본 주유소도 적지 않다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장 왜곡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판매 중단 주유소가 늘어나 장기적으로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한다.자영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에 대해서는 정부의 손실 보전이 논의되고 있지만, 자영 주유소는 개인 사업자가 손실을 떠안는 구조”라며 “자영 주유소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 ▲ 직영 주유소 인근 휘발유·경유 리터당 2000원 판매 주유소의 한산한 모습.ⓒ뉴데일리
반면 정유사 측은 직영 주유소의 저가 판매가 정부 정책에 협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현장에서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정유사 지역 영업 담당자들은 자영 주유소 업주들로부터 가격 경쟁으로 영업이 어렵다는 컴플레인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직영 주유소에 차량이 몰리면서 대기 줄이 길게 형성되고, 인근 교통 체증이 발생하는 등 상권 내 항의도 제기되고 있다.정유사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 비상 상황에서 정유사가 기름을 비싸게 판다는 비난을 받고 있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정부 정책 취지에 맞춰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이 과정에서 자영 주유소와의 갈등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자영 주유소는 공급가에 일정 마진을 붙여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직영 주유소가 같은 상권에서 낮은 가격에 판매하다 보니 가격 교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생계형 자영 주유소 업주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 역시 자영 주유소를 대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거래처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정부가 지난달 13일부터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최고가격제는 유류 판매가격의 상한선을 정해 그 이상으로는 팔지 못하게 하는 제도로,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년 만에 부활했다. 최고가격은 2주마다 조정된다. 최고가격 설정에 따라 정유사가 입게 되는 금전적 손실은 정부가 재원으로 보전하겠다는 방침이다. 3차 석유 최고가격제는 오는 10일 시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