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값 7주 연속 상승세…철근 2년6개월만 최고치원가 폭등에 작년 도시정비 수주물량 '애물단지' 우려"러·우전쟁 때보다 비관적…공사비 증액 빈번해질 것"
  • ▲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환율·고유가 '더블쇼크'가 건설업계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국제유가와 함께 건설자재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일선 건설사들 사이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이상의 원가율 상승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당장 건설사들의 핵심 수입원인 주택재건축·재개발정비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에만 50조원 규모에 이르는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물량이 수익성·실적 저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 여파로 유연탄을 비롯한 건설 원재료와 철근 등 자재값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 통계를 보면 시멘트 제조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3월 마지막주 기준 t당 140.73달러를 기록하며 2월 첫째주 이후 7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철근 가격도 심상치 않다. 이달부터 철근(SD400) 기준가격은 t당 94만9000원으로 종전 대비 4000원 올랐다. 2023년 9월 95만4000원 이후 2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액수다. 원재료인 철스크랩 가격이 뛰면서 철근 기준가격을 밀어올렸다.

    레미콘, 페인트 가격도 줄줄이 뛰고 있다. 최근 개최된 제6차 수도권 레미콘 단가 협상에서 레미콘업계는 건설사들이 제시한 금액보다 42%가량 높은 ㎥당 5600원 인상안을 제안했다. 페인트 경우 주요 업체들이 주요 제품군 가격을 20~50% 가량 높였다.

    자재값과 공사비가 오르면 그만큼 건설사들의 원가율도 상승한다. 원가율은 전체 매출에서 원자재값·인건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해당 수치가 높을수록 건설사들이 가져가는 공사수익이 줄어든다.

    그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대거 수주해온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인 정비사업의 원가율이 치솟을 경우 수익성 악화와 실적 저하가 불가피한 까닭이다.

    건설업계는 지난해에만 약 50조원에 육박하는 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사의 수주액만 48조6655억원으로 2024년 27조8700억원 대비 1년만에 74.6%나 급증했다.

    건설사별로 보면 압구정2구역(2조7489억원) 등 11개 사업을 따낸 현대건설이 10조5150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연간 수주액이 10조원을 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9조2388억원, GS건설이 6조346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그외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대부분 건설사들이 전년 대비 개선된 수주물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 ▲ 한 화물선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을 항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 화물선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을 항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터지며 온기가 돌던 건설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장 건설사들은 정비사업을 통한 실적 개선은커녕 급격한 원가 인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던 정비사업이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업계에선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러·우 전쟁 직후였던 2023년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은 지정학적으로 유가와 직결되는 곳이기 때문에 이번 전쟁의 충격파가 러·우 전쟁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내일 당장 휴전되더라도 유가와 건자재값이 안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들은 원가 리스크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공사비 증액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마천4구역 재개발 조합에 공사비를 3834억원에서 6733억원으로 75.6%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외 강서구 등촌1구역과 은평구 대조1구역 조합에도 공사비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B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이 너무 빈번해질 경우 건설사와 브랜드 이미지에도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며 "그렇다고 증액 없이 공사를 강행했다간 겨우 본전은커녕 손실만 늘어날 수 있어 건설사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C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경쟁입찰이 붙어 저가 수주했거나 금융조건을 파격적으로 내걸었던 사업장은 수익성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수익성 좋은 강남권이나 한강변이 아니라면 자칫 부실 사업장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