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 총수 지정 하루 앞두고 뜨거워지는 논란쿠팡 역차별 지적도…순수 외국인이면 총수 지정할까외국계 기업에게 주는 메시지는 “韓서 5조원 투자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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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쿠팡 의장이 한국계가 아닌 순수한 외국인이었어도 동일인 지정 논란이 있었을까요?”

    유효상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공정위가 최근 재논의를 시작한 쿠팡의 동일인(총수) 지정 여부에 대해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일’로 정의했다. 실제 쿠팡의 총수 지정 여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세계에서 한국만에 존재하는 이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적지 않다. 

    1980년대 재벌을 견제하기 만든 장치가 40년 뒤인 오늘날 글로벌 기업에게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냐는 시각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공정위의 쿠팡 총수 지정 여부는 향후 규제방향에 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28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9일 자산규모 5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의 총수를 새로 지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쿠팡이다. 미국인인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것인지를 두고 공정위가 종합적 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김 의장을 쿠팡의 총수로 지정할 가능성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적한 것은 현재까지 전무한 일이다. 심지어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inc는 국내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이다. S-Oil과 한국GM은 외국기업이라는 점에서 총수 없는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바 있다. 

    반면, 공정위가 국회 민병덕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김 의장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는 점을 들어 총수 지정을 유력하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된다는 논리다. 

    사실 미국법인인 쿠팡inc를 정부가 규제할 수 있느냐, 형평성이 맞느냐의 논란은 부차적인 이슈에 가깝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논의 자체가 우리 경제의 활력을 상당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쿠팡 총수 지정 이슈가 의미하는 것은 딱 하나다”라며 “외국계 투자자가 한국 비즈니스에 투자할 경우 5조원 이상은 투자하지 말고 자산도 5조 이내로 관리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업의 자산이 5조원이 넘어가는 순간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고 최대주주는 각종 규제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위법 의지와 무관하게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생긴다는 의미다. 해외투자자가 해외에서 비슷한 사례를 고려했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대기업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는 전세계에서 한국에 유일하다. 

    유효상 교수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김 의장을 성공한 한국인으로 판단하다가 미국 시민권자였다는 점에서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오히려 한국계가 아닌 순수 외국인이었다면 총수지정 논란 같은 것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쿠팡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시민단체 등은 김 의장에 대해 ‘검은 머리 외국인에 대한 특혜’ 등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는 거의 인종차별에 가깝다는 것이 유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우리는 외국인에게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한국에서 비즈니스 키워달라 부탁해야하는데 일정 규모가 넘어가면 당신도 한국의 규제를 받으라고 하는 것인데, 이를 받아드릴 수 있겠나”라며 “글로벌 기업에 1980년대 재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넌센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