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꾸준히 증가…올해 1분기 기준 5조2930억원조건 충족에도 대주주 발목 잡혀 5년째 진출 요원미래에셋증권 사업 확정으로 초대형IB 중 유일하게 단기금융업 불가저금리 기조에 발행어음 매력 떨어져 아쉬움은 크지 않아
  • 미래에셋증권이 증권업계 네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로 확정된 가운데 초대형IB로 발행어음 사업자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삼성증권에게도 이목이 쏠린다. 빅5 증권사 중 유일하게 발행어음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대주주 적격성 논란 등에 발목 잡혀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올해 1분기 기준 자기자본 총액(별도 기준)은 5조2930억원이다. 전년 말 대비 900억원 정도 늘었다. 지난해 1분기엔 전분기 대비 1630억원 줄어든 것과 비교해 3배에 이른다. 통상 1분기엔 배당금 지급으로 타분기 대비 자기자본이 덜 늘어난다.

    자기자본의 증가 배경엔 1분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의 기여가 컸다. 자기자본 구성 항목인 이익잉여금은 당기순이익이 많을수록 늘어나 자기자본이 커진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전체 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이익을 1분기 만에 벌어들였다. 브로커리지와 투자은행(IB)에서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서 올 1분기 삼성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1776.3% 급증한 289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초대형 IB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을 돌파한 이후 3년 만인 지난해엔 5조원을 돌파했다. 

    초대형 IB로 지정된 지 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삼성증권은 초대형 IB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삼성증권의 초대형 IB 신청 당시 금융당국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등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를 중단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듬해 초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삼성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를 자진 철회했다.

    이 회사를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초대형 IB 5곳 중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지 못한 곳은 삼성증권뿐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그룹 일감 몰아주기 조사로 발목 잡혔던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최종 인가를 받음으로써 네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됐다.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시장 진출은 당장 쉽지 않다. 현재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존재하는데다가,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다.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당국은 삼성증권에 대해 삼성그룹 계열사 등기임원에 대한 대출 적정성 여부 등 업무 전반 점검을 진행했다. 결과에 따라 중징계 이상 임직원 제재까지 받을 경우 삼성증권은 일정 기간 신규 사업 인가를 받을 수 없다. 

    코로나19와 저금리 장기화 상황에서 발행어음 사업의 매력도가 예전 같지 않은 만큼 삼성증권으로선 당장 아쉬움이 크진 않은 상황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투자자의 원금을 보장해야 한다. 새로 인가받은 미래에셋증권 역시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무리하게 자금 조달하기보단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모든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시장 상황에선 발행어음 업무가 매력적이지 않아 크게 아쉽진 않다"면서도 "아쉽다고 하더라도 규정이 그렇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과감한 결정이 있지 않은 이상 당장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초대형 IB와 달리 발행어음 업무를 못하는 건 부정적인 요인이지만 삼성증권은 자기자본을 활용한 적극적인 투자는 물론 자산관리(WM) 부문에서의 경쟁력이 있는 회사"라면서 "발행어음 인가는 상징성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