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만에 종료한 일기 이벤트 재시작네이버페이 가입, 데이터 수집 등 이득만 보고 이벤트 종료과거 네이버통장 수익률 지급 당시 일반 통장과 방식 달라 혼선정치권까지 번진 조기종료 논란
  • 네이버가 ‘작심삼일’이란 조롱을 당하며 종료했던 이벤트 ‘#오늘일기 챌린지’를 재개한다. 이벤트를 통해 이용자들의 데이터만 수집하려던 '꼼수' 지적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수습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24일부터 #오늘일기 챌린지 이벤트를 재개한다. #오늘일기 챌린지는 네이버 블로그에 14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게재하면 1만 6000원 상당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다.

    참여 방법도 간단하다. 하루에 사진 한 장과 한 줄의 문장만 작성하고 ‘#블챌’, ‘#오늘일기’란 태그만 입력하면 된다.

    3일 연속 게재 시 네이버페이 1000포인트, 10일 연속 게재 시 네이버페이 5000포인트를 지급하며 최종적으로 14일 연속 게재 시 네이버페이 1만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어 총 1만 6000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참여자 일부를 대상으로 추첨하는 방식이 아닌 데다 참여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오늘일기 챌린지 이벤트에 응모한 참여자는 3일 만에 200만명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명의 하나 당 3개의 네이버 아이디 생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참가자 수는 대략 6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벤트 참가자 중 1만 6000원 상당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획득한 인원은 없었다. 네이버가 “어뷰징(부정 이용) 형태의 참여자가 지나치게 많아 부득이하게 오늘일기 챌린지를 조기 종료하게 됐다”며 3일 만에 이벤트를 종료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3일 차에 해당하는 보상을 기준으로 참가자들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0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지를 추가로 게재했지만 참가자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벤트를 공지한 4월 말부터 공지사항의 댓글로 중복 참여나 어뷰징에 관련된 문제점들이 지적됐으나 이를 무시한 채 강행한 것이 알려지면서 네이버의 안일한 태도에 대한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더불어 ‘어뷰징 형태의 참여자’를 언급하며 책임을 참가자에게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불만이 증폭됐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네이버페이와 블로그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벤트에 참가하려면 네이버페이에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블로그에 매일 글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오늘일기 챌린지 이벤트 시작 이후 네이버 블로그 앱의 하루 신규 다운로드 건수는 3~4000건 수준에서 이벤트 첫날인 1일 약 14만건으로 급증했다. 하루 이용자 수 역시 약 70만명에서 이벤트 기간 동안 약 110만명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네이버의 이 같은 가입자 확보를 위한 꼼수 이벤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출시한 ‘미래에셋대우네이버통장(이하 네이버통장)’ 이벤트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7월 시작된 네이버통장 이벤트는 3%의 수익률을 앞세워 고객들을 끌어모았다. 이벤트 종료 후에도 100만원 초과 1000만원 이하 금액에 1%, 1000만원 초과 금액에 0.35% 수익률을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네이버통장은 평균잔액을 기준으로 수익률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선입선출 방식으로 수익률을 지급하면서, 고객이 실질적으로 받는 혜택은 공지된 수치보다 낮을 것이란 지적이 뒤따른 바 있다.

    네이버의 이 같은 가입자 끌어모으기를 위한 꼼수가 반복되자 정치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나섰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네이버페이에 가입하고, 블로그를 개설하거나 휴면 중이던 블로그를 활성화했다”면서 “그런데 네이버는 이용자를 늘리는 이득만 챙기고 정보만 빼갔다. 약속했던 보상은 회피하며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대기업의 국민 우롱, 소비자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행태는 비단 네이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네이버 오늘일기 챌린지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원과 공정위에 유사한 소비자 피해 상황 등에 대해서 살펴볼 것을 요구하고 관행을 바꿔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네이버는 오는 17일 #오늘일기 챌린지 이벤트 재개에 관한 상세 내용을 안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