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전년比 2.6조 줄여 재무건전성 제고… 현금성 자산도 '충분'정유 회복-화학·윤활 강세 속 연간 영업익 1.8조 전망… 수익성도 '탄탄'
  • ▲ 서울 마포구 소재 에쓰오일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마포구 소재 에쓰오일 본사. ⓒ성재용 기자
    에쓰오일이 연내 51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경쟁사보다 일찌감치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개선된 이익창출력으로 재무건전성이 제고된 데다 정유 업황 개선과 석유화학 부문의 견조한 실적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2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6월부터 11월까지 51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개선된 영업현금창출력으로 재무건전성이 제고된 만큼 상환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분기 보고서 분석 결과 1분기 기준 에쓰오일의 차입금 규모는 5조238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7조8764억원에 비해 33.4% 줄어들었다. 차입금의존도는 같은 기간 141%에서 86.9%로 54.1%p 낮아졌다.

    차입금이 줄어들면서 이자비용도 낮아졌으며 여기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으로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1분기 –21.8배에서 22.2배로 크게 개선됐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1조708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정유 업황 개선과 석유화학 부문의 견조한 이익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2분기 및 연간 실적 전망까지 긍정적이다. 회사채 상환은 물론,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점쳐진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에쓰오일은 연결 기준 매출액 5조8529억원, 영업이익 4015억원의 2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의 경우 지난해 2분기 3조4518억원을 저점으로 4개 분기 연속 회복세를 이어가며 이전 고점 2019년 4분기 6조4762억원을 향해 가고 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6292억원에 비해 36.1% 감익할 전망이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전년대비 회복세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유 부문은 경기 회복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 및 드라이빙 시즌 시작에 따른 운송용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유사들의 정기보수가 5~6월에 집중된 점도 개선세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석유화학 부문 중 올레핀 계열은 PP(폴리프로필렌) 스프레드는 차량, 포장재 및 의료용 분야의 강한 수요로 현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PO(산화프로필렌) 스프레드 역시 견조한 수요로 현재의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로마틱 계열의 경우 PX(파라자일렌) 스프레드는 다운스트림 수요 회복이 지속되는 가운데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유지되면서 추가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며 벤젠 스프레드는 견조한 다운스트림 제품 수요, 낮아진 역내 재고 및 강력한 미국향 차익거래 기회 등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윤활기유 스프레드는 글로벌 정유사들의 낮은 설비가동률이 지속되면서 현재의 공급 부족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강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정유 부문의 재고평가이익이 소멸하면서 역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감익 폭이 크지 않은 이유는 최근 정제마진이나 PX, BTX 마진 개선이 재고이익 소멸 분을 상쇄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 ▲ 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에쓰오일
    ▲ 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에쓰오일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액 23조2875억원, 영업이익 1조870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서 반등하는 것을 넘어 과거 초호황기였던 2016~2018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외 경쟁 정제설비들이 정기보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에쓰오일은 지난해 정기보수를 마쳐 가동 중단이 없어 물량 측면의 감소 효과가 제한되고 글로벌 정제설비들의 폐쇄·전환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정유 수급 및 마진이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극심한 수요 절벽이 글로벌 한계설비의 영구폐쇄를 촉진하고 있다.

    2021~2022년 미국 중심의 200만배럴 수준의 설비 폐쇄가 예정돼 있는 데다 올해 4분기에는 호주 Kwinana, 중국 Local, 싱가포르 Shell Pulau Bukom 등에서 총 53만배럴의 정제설비 폐쇄가 발생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2년간의 불황으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신규 증설 프로젝트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분기 상업 가동이 예상돼 있던 중국 Rongsheng Ⅱ 프로젝트(40만배럴)는 2023년 4분기로 미뤄졌고, 4분기 상업 가동이 예상되던 중국 Shenghong Petrochemical의 정제설비(32만배럴)는 내년 2분기로 연기됐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980년, 2009년에 이어 2021년 글로벌 정유설비 폐쇄 사이클 진입에 따른 정유 업황 회복 사이클이 시작됐다"며 "지금까지 발표된 정유설비 폐쇄 규모는 360만배럴로, 글로벌 생산능력의 3.3% 수준이지만, 앞으로 400만~450만배럴이 추가로 폐쇄되면서 8%까지 확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역내 수요는 GDP 개선 및 백신 접종률 증가로 지난해보다 300만배럴 이상 증가가 전망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석유제품 수요 및 재고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턴어라운드할 공산이 큰 만큼 정제마진의 유의미한 반등이 기대된다.

    PP, PO 등 올레핀 품목들은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소비 진작 정책과 경기 회복에 따른 자동차, 가전, 포장재 섹터의 탄탄한 수요 회복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PO는 글로벌 인프라 투자 증가의 수혜가 예상된다.

    지난해 부진한 스프레드를 기록한 PX, 벤젠 등 아로마틱 제품들은 올해 다운스트림 공급 능력 향상으로 최악의 시황이 지나고 손익분기점 수준을 유지 중으로, 하반기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PX의 경우 2018~2020년에 걸친 중국의 대규모 증설 사이클이 종료됐으며 백신 보급에 따른 억눌린 의류 수요 회복으로 수익성이 회복할 전망이다.

    윤활기유는 자동차 판매 급증 등으로 수요가 빠르게 회복했으나, 글로벌 정유사들의 가동률이 여전히 과거보다 높지 않아 공급 물량 회복 부진으로 매우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견고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에쓰오일은 새 성장 전략 '비전 2030'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정유, 석유화학, 윤활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연료전지, 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분야로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수소 경제의 핵심인 차세대 연료전지 SOFC 개발기업 FCI에 투자해 지분 20%를 인수하고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또한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수소 산업 전반의 사업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협력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 수소 생산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며 그린 암모니아를 활용한 사업과 액화 수소 생산·유통 사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 시내에 복합수소충전소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버스·트럭의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관련 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Kohygen, Korea Hydrogen Energy Network)에도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