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 2.6%↑…9년1개월만에 최대폭 상승작황부진에 농축수산물 12%↑…석유류 23% '껑충'집값도 상승세…전세13개월·월세12개월 연속 올라정부 "하반기 안정"…1분기 근로소득 1.3%↓ 서민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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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보기.ⓒ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6% 올랐다. 9년1개월만에 가장 큰폭으로 뛰었다. 작황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파, 달걀 등 밥상물가를 대변하는 농·축·수산물가격이 5달 연속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반영되면서 공업제품도 물가를 밀어 올렸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여파로 전세는 13개월, 월세는 12개월 연속 상승했다.

    정부는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완화하고 햇상품 출하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하면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될 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1분기 근로소득이 1년전보다 1.3%, 가계 흑자액이 0.9% 각각 감소하는 등 '번돈'은 줄어드는데 '씀씀이'는 커지는 상황이어서 가계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통계청이 내놓은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46(2015년=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 올랐다. 두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2년 4월(2.6%) 이후 9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9월 여섯달 만에 1%대 상승률을 기록한 뒤 넉달 연속 0%대 상승에 그치다 올 2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상품은 4.0%, 서비스는 1.5% 각각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12.1%)과 공업제품(3.1%)은 오르고 전기·수도·가스(-4.8%)는 내렸다.

    지난달에도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농·축·수산물로, 지난 1월(10.0%) 이후 다섯달째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긴 장마와 태풍 등 기상 여건 악화로 작황이 좋지 않은 파(130.5%)를 비롯해 마늘(53.0%), 달걀(45.4%), 고춧가루(35.3%), 쌀(14.0%), 국산쇠고기(9.4%) 등도 상승 폭이 컸다.

    농산물은 1년 전보다 16.6% 뛰었다. 채소류는 11.6% 올랐다. 축산물(10.2%)은 달걀이 상승을 견인했다. AI 여파로 공급이 아직 원활하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반면 양배추(-40.8%), 당근(-20.2%), 생강(-20.2%), 배추(-14.3%), 명태(-2.2%) 등은 가격이 내렸다.

    공업제품은 석유류(23.3%)의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석유류 상승률은 2008년 8월(27.8%)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1.3%) 이후 처음으로 석달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그동안 가격 하락을 이끌었던 휘발유(23.0%), 경유(25.7%), 자동차용LPG(24.5%) 등이 최근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급등했다. 기능성화장품(12.7%), 빵(5.9%), 다목적승용차(3.5%) 등도 1년 전보다 상승했다.

    반면 남자학생복(-75.6%), 여자학생복(-75.9%), 비데(-24.6%), 소파(-10.2%), 세탁기(-7.6%), 휴대전화기(-6.8%) 등은 가격이 내렸다.

    전기·수도·가스는 도시가스(-10.3%), 지역난방비(-2.6%), 전기료(-2.1%)가 내렸다. 상수도료(1.5%)는 올랐다.

    서비스 부문에선 공공서비스(-0.7%)는 내리고 개인서비스(2.5%)는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국제항공료(13.9%), 외래진료비(1.8%)는 오르고 고등학교납입금(-100.0%)과 휴대전화료(-1.0%)는 내렸다.

    개인서비스는 2019년 2월(2.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보험서비스료(9.6%)와 공동주택관리비(7.3%), 구내식당식사비(4.4%), 생선회(외식·(5.6%)가 올랐다. 반면 학교급식비(-100.0%)와 병원검사료(-12.5%), 피자(-2.9%), 휴대전화기 수리비(-8.2%)는 내렸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2.1%)는 2월 중순부터 조정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월보다 0.2% 오르며 상승 폭은 둔화했다.

    집세(1.3%)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7년 11월(1.4%)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전세(1.8%)와 월세(0.7%) 모두 상승했다.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 3법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난해 5월 이후 13개월 연속, 월세는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 ▲ 주유소 가격 표시판.ⓒ연합뉴스
    ▲ 주유소 가격 표시판.ⓒ연합뉴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7.4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상승했다. 2017년 9월(1.6%)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 3월 넉달 만에 1%대 상승률을 기록한 뒤 석달 연속 1%대를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6.85로, 지난해보다 1.2% 올랐다. 지난 3월 넉달 만에 반등한 뒤 석달째 상승세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08.01로, 1년 전보다 3.3% 급상승했다. 2017년 8월(3.5%)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식품(4.7%)과 식품 이외(2.5%) 모두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3.0%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3.0% 오르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0.6%)와 신선채소(11.6%), 신선과실(23.2%) 모두 올랐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신선어개(0.2%)는 소폭 올랐지만, 신선채소(-9.3%)와 신선과실(-0.7%)은 각각 하락했다.

    지역별 등락률을 보면 제주(3.6%), 전북(3.2%), 충남·전남(3.1%), 대구·강원·충북·경남(2.9%), 대전·경기·경북(2.8%), 광주(2.7%), 인천·울산(2.6%), 부산(2.5%), 서울(1.9%) 등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정부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기저효과로 일시적으로 2%를 웃돌겠지만, 연간으로는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지난달 3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5월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내년까지 2%를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 채용게시대.ⓒ연합뉴스
    ▲ 채용게시대.ⓒ연합뉴스
    한편 지난달 20일 통계청이 내놓은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38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4% 증가했다. 다만 정부 지원금 등 이전소득(72만3000원·16.5%)을 빼고 나면 근로소득(277만8000원·-1.3%)과 사업소득(76만7000원·-1.6%), 재산소득(3만3000원·-14.4%) 등이 세분기 만에 동반 감소했다.

    특히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3.4%로 가장 큰 근로소득은 통계청이 올 1분기부터 1인 가구와 농림어가 통계를 추가로 포함하면서 감소 폭이 둔화했다. 종전대로 농림어가를 제외한 2인 이상 가구의 근로소득을 비교하면 1년 전보다 3.5%나 급감했다.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실질소득)은 351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0.8% 증가했다. 다만 소비지출이 늘면서 실질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 흑자액은 109만2000원으로 되레 0.9%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