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에 산은이 요구한 무급휴직·쟁의중단 담겨내년 대선 앞두고 인력 구조조정·기업 파산 부담 文해고자 수천명 복직시켰는데…정치이슈화 못피해
  • 법정관리에 돌입한 쌍용차가 최대 2년간 직원 절반에 대해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자구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측은 법원의 회생절차를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쌍용차의 자구안에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지원 전제조건으로 밝힌 내용이 상당수 담겨 쌍용차가 법원 회생절차 이전에 당국의 금융지원을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자구안, 무급휴직·쟁의중단 담겨

    2일 쌍용차가 마련한 자구계획에 따르면 무급휴직을 1년간 기술직 50%와 사무관리직 30%에 대해 시행하고 이후 판매 상황을 고려해 무급휴직 여부를 재협의하기로 했다. 

    또 임금삭감 및 복리후생 중단 역시 2023년 6월까지 2년 늘리고 임원 급여도 기존 20%에서 40%까지 늘려 삭감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미지급된 급여와 임금 삭감분 등은 회생절차가 끝난 뒤에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부품센터 등 부동산 4곳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매각한 뒤 빌려 쓰는 방안을 담았다.

    다만 인적 구조조정 대신 노사간 임금협상을 제외한 단체협약 주기를 현행 2년에서 3년 주기로 변경하고 경영정상화까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관련쟁의를 하지 않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약속했다. 

    쌍용차 노조는 이날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러한 자구안을 설명한 뒤 오는 7~8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찬반투표를 벌인다. 자구안이 과반찬성으로 총회를 통과하면 쌍용차는 이를 법원에 제출하게 된다. 

    ◆ 산은, 단체협약 3년 늘리고 쟁위 중단 요구

    쌍용차에서 마련한 이번 자구안은 지난 1월부터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요구해온 '투자 전제조건'이 상당부분 담겼다. 

    이 회장은 "쌍용차 노조의 파업은 자해행위로 이를 근절하지 않을 경우,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당시 산은은 쌍용차와 대주주인 마힌드라, 잠재적 투자자였던 미국 자동차 유통사인 HAAH와 4자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현재는 4자 협의체가 틀어지고 HAAH의 인수 가능성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으나 여전히 '생존'을 위해선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만큼 이 회장의 전제조건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흑자 달성까지 쟁의행위 중단하는 약속을 요구했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 기업이 정상화되고 흑자를 내기 전에 매년 노사 협상을 위해 파업하고 생산에 차질이 생겨 자해행위가 이뤄지는 것을 많이 봤는데 용납할 수 없다"면서 "두 가지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단 돈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 정부지원 글쎄… 정권교체 앞두고 '부담'

    쌍용차의 자구안이 법원에 제출되더라도 정부의 자금지원까지는 갈 길이 멀다. 

    산업은행은 먼저 사업계획서가 제출되고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 결정이 이뤄진 뒤에 신규투자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잠재적 투자자가 투자에 나서기 전에 산은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배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쌍용차 문제는 정치문제까지 얽혀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실적 부진 속에서 9년 만에 쌍용차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켰다. 2009년 법정관리 당시 임직원의 30%가 넘는 2000여명이 정리해고 됐으나 이번 자구안에는 인적 구조조정안이 제외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 쌍용차의 조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면서 법원의 회생절차도 지연되는 상황이다. 쌍용차 노조가 지난 3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만나 직접 지원을 요청한 것을 두고 회생절차 대신 정부의 직접 지원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금융위 측에서는 "노조의 제안으로 만남이 성사돼 장관으로 의견을 들었을 뿐 큰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온전히 기업 회생 문제로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 파산은 일자리·선거 등에 악재라 어쩔 수 없이 정부가 지원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