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중국 면세점, 지난해 1위로 껑충中 하이난 내국인 면세 특구 지정·육성한국 면세 시장도 '한도 확대' 등 자구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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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 면세시장이 중국에 역전당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끊기면서 롯데·신라 등 국내 면세 기업의 매출은 급감했지만, 중국은 정부가 나서 면세한도를 파격적으로 늘리고 내수 여행을 장려하면서 급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영국 유통·면세 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수년간 세계면세점 시장 1위를 지키며 롯데·신라와 함께 ‘빅3’로 꼽혔던 스위스 듀프리그룹은 지난해 매출 23억7000만 유로(약 3조2000억원)를 기록하며 4위로 미끄러졌다. 전년 대비 70.9% 증발한 수치다.

    반면 중국 국영기업 중국면세품그룹(CDFG)은 지난해 66억300만 유로(약 9조원)의 매출을 올려 중국이 처음으로 세계 면세점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전년 대비 9.3% 성장하며 4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롯데면세점 매출은 37.1% 하락한 48억2000만 유로(약 6조5000억원), 신라면세점은 39.1% 하락한 42억9000만 유로(약 5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나란히 2·3위를 유지했지만 성장률에서 중국 CDFG와 정반대 양상을 보이며 역전당했다.

    업계는 CDFG의 급성장을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한 지난해 4월 하이난섬에 방문한 내국인이 중국 본토로 복귀하고 나서도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7월에는 연간 1인당 쇼핑 면세 한도를 3만 위안(약 523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738만원)으로 크게 늘렸다. 쇼핑 횟수 제한도 없애고 택배 배송까지 허가했다. 외화가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1년 하이난을 내국인 면세 특구로 지정하고 육성해 온 중국 정부가 자국 면세 시장을 키우려고 지원책을 펼친 것이다.

    업계는 중국 면세시장의 성장세가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경우 한국 면세시장은 자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구조다. 직매입시 많이 구입해와야만 더 저렴하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면세시장은 따이궁들과 국제 관광객, 국내 관광객 등의 높은 수요 덕에 수년째 1위를 지키고 있어서국내 면세 업체들은 그동안 좋은 브랜드를 유치하고 가격경쟁력 있는 상품을 입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일 중국 면세시장이 한국 면세시장보다 더 커져서 협상력이 한국을 압도하게 된다면 자체 경쟁력을 잃어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더라도 더 이상 한국 면세점들을 찾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루이비통이 한국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경쟁력 약화의 신호탄이 아니냔 우려도 있다.

    국내 면세점 관계자는 “아직까진 한국 면세점에 명품 브랜드와 물량이 더 많고 가격경쟁력이 있어서 따이공이 찾는다”면서 “문제는 하이난 면세점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명품 브랜드나 화장품 업체도 그쪽으로 몰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 면세시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단 이야기가 나온다. 600달러에 멈춰있는 '내국인 면세 한도'를 인상하고, 2~3년 뒤 해외출국을 가정하고 면세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면세한도 가불제’ 등의 선제적이고 파격적인 추가 지원책 등이 논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