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한솔·다원이앤씨→백솔 재하도급 정황 포착건설업계 "건산법, 공사현장 상황 반영 못해…실효성 0"건설안전특별법 발의 예정, 인명사고 처벌대상 대폭확대
  • ▲ 정몽규(왼쪽 두 번째) HDC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오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헌화한 뒤 묵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정몽규(왼쪽 두 번째) HDC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오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헌화한 뒤 묵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에서 불법 재하도급 정황이 포착됐다. 재하도급 가능성을 부인했던 HDC그룹의 해명과 달리 건설업계 오랜 악습인 불법하도급, 현장관리 소홀이 대참사를 빚은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경찰청은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에서 불법 재하도급 정황을 파악해 수사 중이다. 

    원청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 다원이앤씨에 1차 하청을 준 뒤, 이들이 백솔건설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 해체를 맡아야할 회사는 한솔기업인데, 실제 작업은 백솔건설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하청업체가 재하도급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광주 재개발 붕괴 사고처럼 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수수료만 챙긴 뒤 재하도급을 주는 관행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다단계 하도급으로 공사 단가가 계속 낮아지면 실제 작업시 필요한 인력을 축소하거나 안전관리 비용을 축소시키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난다.

    실제로 이번 석면 철거 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다원이앤씨, 다원이앤씨에서 백솔건설로 다단계 하청이 이뤄지면서 3.3㎡당 28만원이던 철거 공사비는 4만원까지 축소됐다고 알려졌다.

    재하도급이 이뤄지면서 공사 관리도 부실해진 것으로 파악된다.한솔기업이 제출한 철거계획서상 5층부터 하향식으로 해체를 진행해야하는데 백솔은 이를 어기고 1~2층부터 허물었다. 굴삭기가건물 내부에 진입해 중간부터 해체 작업을 진행했는데 과도한 살수 작업, 흙·폐자재더미 등에 무게가 실리며 붕괴로 이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광주 붕괴사고를 기점으로 현장에 만연한 재도급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한다는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가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해 각종 방안을 내놓았으나 사고 예방은 커녕 제 역할조차 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토부는 지난 2018년 건설혁신방안, 2019년 건설산업기본법 개정 등을 통해 불법 하도급문제 근절을 위해 노력 중이나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산법에 따르면 하도급 업체가 재하도급 불법 규정 위반시 1년 이내 영업정지,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것에 그친다. 원도급자가 재하도급 등 하도급 업체의 법 위반을 지시하거나 묵인할 경우 영업정지나 과태료(500만원 이하)가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건산법과 관련 처벌 수위가 낮고 제도가 건설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불법 재하도급이 문제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사고 안나면 그만이고, 비용이 아쉬운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다단계 하도급을 줄 수밖에 없다”며 “원청사가 직접 재하도급을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한 경우를 밝혀내기 힘들며 하청받은 업체도 큰 공사를 주는 원청사에 책임을 묻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정부 여당은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 이후 관련 책임자들을 모두 처벌할 수 있는 건설안전특별법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시공사, 발주처, 설계, 감리 등 공사 참여자 전반에 형사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 사건 중심으로 시공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골자라면, 특별법은 인명사고와 연관된 모두가 처벌 대상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별법이 조금만 빨리 시행됐더라면 이번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한 공사 관계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빠른 법 제정을 통해 불법재하도급 근절은 물론 건설사들의 안전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