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제7차 전원회의서 표결 찬성 11표·반대 15표·무효 1표 '부결'노동계 반발 "선례 남기면 업종만 확대"투표 과정서 노측 볼썽사나운 모습 '눈쌀'
  • ▲ 류기정 사용자 위원(왼쪽)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 참석중이다. ⓒ뉴시스
    ▲ 류기정 사용자 위원(왼쪽)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 참석중이다. ⓒ뉴시스
    영세 소상공인들의 오랜 숙원인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또 무산됐다. 그간 경영계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업종의 임금 지급 여력 부족을 이유로 업종별 구분 적용을 요구해왔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막히고 만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 표결 결과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소상공인들은 최근 6년간 최저임금이 50% 넘게 인상되어 부담이 크다며 한식 음식점업과 외국식 음식점업, 택시운송업, 체인화 편의점, 기타 간이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에 한정해 차등적용을 요구해 왔다.

    이런 요구의 근거는 최저임금법에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항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최저임금제도가 첫 시행된 1988년 업종 구분적용이 적용된 뒤 이후 단일 체제로 전환됐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표결에 앞서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들의 지불 여력은 이제 정말로 한계"라며 "그간 일률적이고 경직적으로 운영되던 우리 최저임금이 조금이나마 유연화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실제로 소상공인들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이 1일 국회에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3월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육권 사업자대출 연체액은 모두 10조8000억원인데 이는 2009년 통계 작성이래 최대치다. 지난해 4분기에는 4조8000억원이었는데 3개월 만에 2조4000억원이 급증했다.

    가계대출까지 포함한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1055조9000억원으로 추산됐으며, 연체율도 전분기보다 0.33%포인트(p) 오른 1.66%로 나타났다. 2013년 1분기(1.7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열악한 상황을 고려해 경영계는 소상공인이 대거 속한 숙박 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만이라도 구분적용을 요구했지만 근로자 위원 측은 구분 적용을 시행하면 전 업종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차등적용 선례 업종이 생기면 다른 업종까지 확대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게 그 이유다. 

    노동계의 구분적용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사용자 위원 측에서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며 구분 적용을 요구했고,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쳤지만 결국 부결됐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구분적용은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고, 최저임금법에도 구분 적용 조항이 있다"면서 "전체 업종에 대한 구분적용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일부 업종에 대한 구분적용을 주장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결국 내년 최저임금을 얼만큼 인상할 것인지가 관건으로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는데 혈안이 되기보다 지금 소상공인들의 상황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표결 과정은 노동계 일부 위원들의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얼룩졌다. 업종별 구분에 대한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자 표결을 선언했는데, 일부 민주노총 측 위원들이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거나 배포 중인 투표용지를 찢어버린 것이다. 

    회의를 마친 후 사용자 위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의 사업종류별 구분 적용 결정 과정에서 벌어진 일부 근로자위원들의 무법적인 행태와 이를 방관한 위원장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해서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도 "위원장이 일부 근로자위원의 투표 방해행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향후 이러한 행동이 재발할 경우에는 발언 제한, 퇴장 명령 등을 포함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임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내년에도 업종과 관계없이 단일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만큼 중소기업·소상공업계는 올해 수준으로 동결을 사수하겠다는 각오다. 유기준 소상공인연합회장 직무대행은 "소상공인의 생존권 확보와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정부는 소상공인 고용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 제8차 전원회의는 4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가 일단락된 만큼 노사 양측은 이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얼마로 할지 본격적인 논의로 들어간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여기서 140원만 올라도 처음으로 1만원을 돌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