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수소 사업으로 체질변화상하이에 '선행 디지털 연구소'… 자율주행·커넥티드카 집중제2의 성장축 '수소', 광저우서 '현지 생산-판매' 구축
  • ▲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현대차그룹
    ▲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기아가 장기간 침체에 빠진 중국에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모빌리티(이동수단)와 수소 사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등으로 급속 전환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퀀텀 점프’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중국을 거점으로 삼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짜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했던 내연기관 판매를 뒤로하고, 미래 차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현대차·기아는 먼저 하반기 중국 상하이에 ‘선행 디지털 연구소’를 설립한다. 현지에 두 번째로 들어서는 연구소인 만큼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중국 옌타이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

    새로 설립하는 연구소는 △자율주행 △커넥티드카(정보통신기술과 연결한 차) △전동화(전기 구동력 활용) 등 미래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회사 측은 “중국은 큰 규모 만큼이나 다양한 수요가 있다”며 “현지에 특화된 연구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는 중국 최대 인터넷서비스 업체인 바이두 등과 협업해 첨단 기술을 적용한 신차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2015년부터 시작한 협업으로 운영체제(OS)뿐 아니라 자율주행 개발을 위한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 밖에 바이두 외에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 스타트업 딥글린트 등과도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구축해 놓은 관계에서 새 연구소가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내비게이션, 음성인식 기능 등을 개발했던 경험이 앞으로 나올 신차에 확장 적용돼 현지화 집중 전략을 이끌 전망”이라고 말했다.
  • ▲ 이광국 현대자동차·기아 중국사업총괄 사장 ⓒ현대차그룹
    ▲ 이광국 현대자동차·기아 중국사업총괄 사장 ⓒ현대차그룹
    제2의 성장축은 수소다. 현대차·기아는 그룹 차원에서 중국에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기지 ‘에이치투(HTWO) 광저우’를 건립한다. 내년 하반기 완공되는 에이치투 광저우는 20만7000㎡(약 6만3000여 평) 규모로 연간 6500개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생산할 예정이다.

    주력 제품은 수소연료전기차 넥쏘에 탑재할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다. 향후에는 트럭, 버스용 등으로 생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반기 넥쏘가 판매에 들어가고, 에이치투 광저우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현지 생산-현지 판매’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중국에서 수소연료전기차를 일정 규모 이상 판매하려면 현지 생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상용차(옛 쓰촨현대)는 중국 쓰촨 공장을 수소연료전기차 전문 생산기지로 전환하고 있다. 쓰촨현대는 현대차가 2012년 난쥔차와 50 대 50의 지분 비율로 세운 합작법인이다. 최근 지분 100%를 확보해 ‘독자 경영’에 나서며 사명을 현대상용차로 바꿨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쓰촨 공장에서 수소연료전기트럭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에이치투 광저우에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쓰촨 공장에서 수소연료전기트럭을 만들어 판매하는 방안이다. 

    동시에 핵심 부품인 수소연료전지 스택(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물과 전기에너지를 얻는 장치)을 상용차에 맞춰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중국 사업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이광국 중국사업총괄 사장이다. 그는 현대차 수출지원실장, 해외정책팀장, 워싱턴사무소장(전무),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을 거쳐 2019년 10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중국사업총괄을 맡았다.

    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인사 당시 위기에 빠진 중국 사업을 정상화하라는 정 회장의 특명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이 사장은 지난 4월 “중국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으로 가득한 곳”이라며 “현지화와 연구개발 강화, 전동화, 수소 생태계 확장 등을 통해 다가오는 모빌리티 시대를 선점하고 재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2035년 수소연료전기차 100만대(누적 기준) 보급을 목표로 삼고, 충전 시설 등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수요를 선점하고 주도권을 쥐기 위해 수소연료전기차사업에 2018년부터 7조6000억원을 투자해오고 있다.
  • ▲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기트럭 엑시언트 ⓒ현대차
    ▲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기트럭 엑시언트 ⓒ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