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보고기준 미확립·기업별 ESG 공시수준 편차 커…정보 비대칭성 우려 중견기업 "ESG 경영확산 위해 제도적 인센티브와 평가·공시 기준 정립해야"ESG 수준 낮은 기업 중심 의무공시, 자율공시 구분해 자발적 시장 신뢰 구축
  • 기업별 ESG 공시수준의 편차가 큰 가운데 ESG 수준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정보 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개선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위험성과 직결된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든 코스피 상장사는 2030년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자율 공시, 2030년까지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2030년부터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가 ESG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ESG 관련 정보 수요가 늘면서 기업의 공시 부담이 가중되는 반면 공시 및 평가정보의 비교 가능성과 신뢰성은 낮은 실정이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ESG와 관련 일관된 보고기준이 확립돼 있지 않고 기업별로 ESG 공시수준이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며 "전문 기관투자자의 경우 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직접 요구하고 적극적인 관여를 할 수 있는 협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러한 협상력이 없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정보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ESG 정보 유용성 제고를 위한 기업공시 개선방안'에 따르면 국내 기업부문의 ESG 공시현황을 조사한 결과, ESG 대응수준이 낮고 스스로 유발한 사회적 비용을 내부화할 역량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ESG 공시수준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배출 측면에서 기업이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이 영업이익의 100%를 초과하는 환경한계기업의 경우 매출액 대비 오염물질 배출량이 높고 영업마진이 낮아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중대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관련 규제 위험을 공시한 기업은 10%에 불과했다. 

    이 연구원은 "대체로 상장기업보다는 비상장기업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보다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이, 대규모기업보다는 중견·중소규모기업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견기업들도 ESG 경영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지만, 모호한 ESG 개념과 추가비용 등의 영향으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101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ESG 경영에 대한 중견기업계 의견 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78.2%는 ESG 경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자사 ESG 경영 준비 수준이 ‘높다’는 의견은 16.8%에 불과했다. ‘보통’과 ‘낮다’ 의견은 각각 43.6%, 39.6%였다. 

    ESG 경영 확산을 위해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인센티브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37.6%)과 불필요한 혼란과 기업 부담을 해소하도록 공신력 있는 ESG 평가·공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32.7%)이 많았다. ESG 경영 관련 교육·컨설팅 지원(20.8%)과 ESG 경영 관련 정보 전달 체계 구축(8.9%)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들과 함께 기업 ESG 평가기준 마련 등에 협력하기로 한 가운데 실질적인 지원 방안 모색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ESG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평가기준과 확장성 높은 과도한 요구로 기업들이 겪게 될 혼선을 최소화하고 자율경영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3개 단체가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투자판단에 필요한 중요 ESG 정보는 사업보고서 상 '사업의 내용' 혹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에 공시를 의무화해 ESG 정보의 비대칭적 상황을 적극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상세정보에 대한 공시는 자율공시의 영역으로 둬 기업이 자발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구축할 유인을 제공함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ESG 성과를 '어떻게' 알릴지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 이전에 어떠한 '성과'를 알릴 것인지 내실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실질이 뒤따르지 않은 공시는 결국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