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물가 2.4%↑… 농축수산물 6개월째 두자릿수 상승석유류 오름세에 공업제품도 넉달 연속 '플러스'집값도 상승세… 전세 14개월·월세 13개월째 올라상반기 1.8%↑… 1.7%라던 한은 예상치 넘어서
  • ▲ 달걀.ⓒ연합뉴스
    ▲ 달걀.ⓒ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4% 올랐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 등 농·축·수산물가격이 여섯달 연속으로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공업제품도 물가를 밀어 올렸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여파로 전세는 14개월, 월세는 13개월 연속 상승했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햇상품 출하 등으로 물가가 안정될 거라는 견해다. 고공행진 중인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월보다는 내림세를 보인다. 다만 계절 요인 등을 제외한 물가의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석달 연속 1%대를 유지했다. 하반기 들어 갑자기 소비자물가가 뚝 떨어지진 않을 거라는 얘기다.

    2일 통계청이 내놓은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 올랐다. 석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9월 여섯달 만에 1%대 상승률을 기록한 뒤 넉달 연속 0%대 상승에 그치다 올 2월(1.1%)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분기(4∼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5% 올랐다. 2012년 1분기(3.0%)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상품은 3.4%, 서비스는 1.6% 각각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10.4%)과 공업제품(2.7%)은 오르고 전기·수도·가스(-4.8%)는 내렸다.

    지난달에도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농·축·수산물로, 지난 1월(10.0%) 이후 여섯달째 두 자릿수 오름세를 이어갔다. 달걀(54.9%), 마늘(48.7%), 고춧가루(35.0%), 참외(14.1%), 쌀(13.7%), 국산쇠고기(7.1%) 등의 상승 폭이 컸다.

    농산물은 1년 전보다 14.1% 뛰었다. 채소류는 5.6% 올랐다. 축산물(9.5%)은 달걀이 상승을 견인했다. AI 여파로 공급이 아직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정부는 달걀 가격 상승에 대응하고자 지난달 수입 물량을 7000만개로 확대했으나 아직은 가격 안정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반면 배추(-19.8%), 양파(-15.2%), 생강(-26.9%), 당근(-17.7%), 명태(-3.8%) 등은 가격이 내렸다.

    공업제품은 석유류(19.9%)의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지난해 3월(1.3%) 이후 처음으로 넉달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그동안 가격 하락을 이끌었던 휘발유(19.8%), 경유(22.4%), 자동차용LPG(17.2%) 등이 최근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급등했다. 침대(7.6), 빵(5.9%), 다목적승용차(3.5) 등도 1년 전보다 상승했다. 반면 남자학생복(-75.5%), 여자학생복(-75.9%), 휴대전화기(-8.3%), 소파(-7.8%), 세탁기(-8.7%) 등은 가격이 내렸다.

    전기·수도·가스는 도시가스(-10.3%), 지역난방비(-2.6%), 전기료(-2.1%)가 내렸다. 상수도료(2.0%)는 올랐다.

    서비스 부문에선 공공서비스(-0.6%)는 내리고 개인서비스(2.5%)는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국제항공료(14.4%), 외래진료비(1.8%)는 오르고 고등학교납입금(-100.0%)과 휴대전화료(-0.9%)는 내렸다.

    개인서비스는 2019년 2월(2.5%)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보험서비스료(9.6%)와 공동주택관리비(6.9%), 구내식당식사비(4.4%), 생선회(외식·5.5%)가 올랐다. 반면 학교급식비(-100.0%)와 병원검사료(-12.5%), 피자(-1.4%), 휴대전화기 수리비(-8.2%)는 내렸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2.3%)는 2월 중순부터 조정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9년 3월(2.3%)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다만 상승 폭은 둔화했다. 전월보다 0.2% 오르는 데 그쳤다.

    집세(1.4%)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7년 11월(1.4%)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전세(1.9%)와 월세(0.8%) 모두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 3법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 연속, 월세는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 ▲ 쇼핑몰 푸드코트.ⓒ연합뉴스
    ▲ 쇼핑몰 푸드코트.ⓒ연합뉴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7.5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상승했다. 2017년 9월(1.6%)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 3월 넉달 만에 1%대 상승률을 기록한 뒤 넉달 연속 1%대를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6.87로, 지난해보다 1.2% 올랐다. 지난 3월 넉달 만에 반등한 뒤 넉달째 상승세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08.04로, 1년 전보다 3.0% 급상승했다. 식품(4.3%)과 식품 이외(2.2%) 모두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2.8%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0.3% 오르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0.7%)와 신선채소(5.6%), 신선과실(22.2%) 모두 올랐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신선어개(0.5%)와 신선채소(-6.8%), 신선과실(-6.2%) 모두 하락했다.

    지역별 등락률을 보면 제주(3.6%), 전북(3.2%), 충남·전북·전남·제주(3.0%), 강원·충북(2.8%), 경북(2.7%), 대구·광주(2.6%), 인천(2.3%), 부산(2.2%), 서울(1.6%) 등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정부는 여전히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기저효과로 일시적으로 2%를 웃돌겠지만, 연간으로는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5월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를 1.8%(상반기 1.7%, 하반기 2.0%)로 예상했다. 이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8%로 한은의 전망치를 웃돈다.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재난지원금 등 소비진작책이 인플레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없잖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으로 치솟은 상황에서 소비를 조장하는 것이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