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오는 7일 3차 공판유력 인사들과 친분 과시하며 전방위 사기 행각'유력 인사' 수십명 연루설까지...의혹 확산
  • ▲ 경찰청 ⓒ뉴데일리 DB
    ▲ 경찰청 ⓒ뉴데일리 DB
    대규모 수산업을 하는 건실한 사업가로 가장해 정관계 고위 인사들과 접촉하며 110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40대 수산업자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사건의 장본인은 경북 포항 출신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43)로 '선동오징어(냉동오징어)' 사업을 미끼로 뜯은 거액의 돈으로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검찰과 경찰, 언론계 등의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과 선물을 뿌리며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김씨로부터 부적절한 금품을 제공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동훈 전 윤석열 대선 캠프 대변인과 이모 검사, 배모 총경,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 4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김씨와 평소 알고 지낸 또 다른 유력 인사들의 범죄 혐의점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수산업자 김씨'는 누구?

    고향에서 변변한 직업도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해 온 김씨는 '부림물산'이란 수산업체를 만들어 회장 명함을 갖고 다니며 자신을 '1천억 원대 유산을 물려받은 재력가'라고 속여 유력 인사들과 인맥을 쌓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소개와 달리 김씨는 소액 사기로 근근이 연명해 온 '생계형 잡범'에 불과했다.

    김씨가 범죄에 발을 들인 것은 지난 2008년이었다. 고향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사무장을 사칭해 개인회생과 파산을 대행해 주겠다며 36명에게서 1억6천만 원을 뜯어내고 남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정수기 등을 빌려 쓰다 덜미가 잡혔다. 당시 김씨는 7년 간이나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해 도망 다니다 검거돼 2016년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2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렇듯 보잘 것 없는 잡범이었던 김씨는 교도소에서 뜻하지 않은 일생의 기회를 마주하게 된다. 경북의 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수감된 언론계 출신 정치인 송모씨를 만난 것이다.

    송씨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인물로 1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해 정관계 인맥이 매우 두터웠다. 김씨는 이런 송씨에게 접근해 지난 2017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출소하자 마자 '문어발식'으로 유력 인사들과 인맥을 쌓기 시작했다.

    김씨는 송씨가 대표를 지낸 한 인터넷 언론사에서 부회장 직함까지 받아 신분 세탁을 했고 송씨를 통해 김 전 의원과도 만나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의 신분 세탁에 결정적 조력자 역할을 해 준 송씨는 물론 김 전 의원의 친형에게까지 마수를 뻗쳐 오징어 사업 투자를 권유해 각각 17억여 원과 80여억 원을 뜯어냈다.

    김씨는 이런 수법으로 뜯어낸 116억이 넘는 막대한 돈으로 유력 인사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용돈과 선물을 뿌리며 환심을 샀고 정치권은 물론 검찰과 경찰, 언론계까지 발을 넓혔다.

    과거 김씨를 만난 적이 있다고 밝힌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동훈 전 대변인 소개로 2년 전 (김씨와)식사를 한 일이 있다"며 "(김씨가)포르쉐와 벤틀리 등 고급 외제차가 5대나 있다고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줄 때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사람에게 당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

    ◆정관계 인사 수십여명 연루 의혹...'대형 게이트'로 번지나

    김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옛 광역수사대)는 현재 이동훈 전 대변인 등 4명 만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사실 관계를 조사 중이다.

    이들은 김씨로부터 각각 골프채와 스위스제 고가 시계, 회식비, 중고 수입차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와 알고 지낸 유력 인사들이 이들 외에도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범죄 혐의가 있는지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 대상과 내용 등에 대해 피의사실공표 문제를 들며 일체 함구하면서 갖가지 추측과 의혹만 무성한 상태다. 수사팀 안팎에서 김씨와 부적절한 금전 관계를 맺은 유력 인사 20여명의 명단이 담긴 리스트가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해당 의혹에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박영수 '국정농단 사건' 특검 등도 등장하는데 이들은 김씨와의 관계는 시인하면서도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박 원장은 "김씨에게 명절 때 수산물을 선물로 받은 사실은 있지만 문제가 될 정도의 고가 제품은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김씨로부터 고가 수입 렌터카를 무료로 제공 받은 의혹이 제기된 박 특검은 "김씨와 식사를 몇 차례 나눈 관계며 렌트 비용은 개인 돈으로 모두 지불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기존에 입건한 4명에 대해 신속히 조사를 마무리하고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데 주력하겠다면서도 수사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편 김씨의 사기 사건 3차 공판은 오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