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전략계획에 "표현의 자유 제한 대응" 명시韓 정보통신망법·온라인플랫폼법 연관해 해석 확산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미국 국무부가 향후 5년간 외교 전략을 담은 공식 문서에서 외국 정부의 디지털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경우 비자·금융 제재를 포함한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 한국에서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을 둘러싼 미 의회·정부의 비판과 맞물려 한국의 디지털 입법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공개한 '2026~2030 회계연도 전략계획'에서 "미국인의 표현·종교·양심 및 정치 참여의 자유는 신이 부여한 자연권"이라며 "이를 보호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존재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이 이러한 권리를 제한하는 법과 규제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들 법이 미국 기업과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문서에서 "외국 정부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단체가 미국인을 검열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며 "비자 및 금융 제재를 포함해 모든 적절한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문서에는 특정 국가나 개별 법률명은 적시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최근 한국과 유럽연합(EU)의 디지털 규제를 기본권 제한과 경쟁 제한 문제로 함께 바라보고 있다.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온플법을 두고 미 의회 일각에서 "정부에 사실상의 검열 권한을 부여한다",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미 하원 무역 소위원회 청문회에서는 한국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검열법'으로 지칭하는 발언도 나왔다.

    온플법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사전에 규율하고, 자사 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 등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소비자 보호와 공정 경쟁 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라는 입장이지만, 미국 업계와 의회 일각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특히 미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라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한미 간 디지털 규제 협력의 신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공동 팩트시트에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하기로 합의했지만, 한국의 입법 추진을 두고 미국 의회 중심으로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의 직접 소통에 나섰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워싱턴 D.C.에서 에이드리언 스미스 미 하원 무역 소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한국의 디지털 입법 추진 배경과 정책 의도를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의회와 업계에 직접 설명하며 소통을 강화했고, 일정 부분 이해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쿠팡 논란과 관련해서는 "사태의 본질은 데이터 대량 유출로 인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라며 "이는 통상이나 외교 문제가 아니라, 어느 나라든 당국이 조사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측 논쟁은 한국의 디지털 입법을 단순한 법·제도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신뢰와 협력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국무부가 표현의 자유 문제를 국가 주권과 직결된 사안으로 규정한 만큼, 한국의 디지털 법제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향후 외교·통상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번 전략계획에는 디지털 규제 대응과 함께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 방위산업 협력 확대, 미국 중심의 ‘친미 경제 블록’ 구축, 중국 견제 강화 기조도 담겼다. 반도체·인공지능(AI)·에너지·방산 등 전략 산업에서 미국 기술과 공급망을 중심으로 동맹 네트워크를 재편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해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