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환노출 달러자산, 외환시장 25배"한은 '5연속 금리 동결'의 자기 모순최중경, 환율관리 '메시지' 선명… 적극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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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다섯차례 연속 동결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로 굳어지면서 외환당국의 대응을 둘러싼 시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달러보험·달러예금 마케팅을 억누르고 은행들을 소집해 환율 우대폭을 낮추는 등 '수요 억제' 처방이 반복되고 있으나 본질적인 환율 상승 기조를 제어하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외환 컨트롤 타워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외환시장 안팎에서는 "강력한 외환정책을 밀어붙였던 최중경 시절이 그립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IMF가 던진 구조적 경고… "환노출 달러자산, 외환시장의 25배"국제통화기금(IMF)는 우리나라의 달러자산 규모가 외환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IMF는 지난해 10월 발간된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달러자산 환노출 비중이 상당히 큰 국가로 분류했다.특히 우리나라의 환노출 달러자산이 외환시장 거래량의 25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봤다. 외환시장이 흡수할 수 있는 충격에 비해, 달러자산 환노출이 과도하다는 의미다.IMF는 "환노출 상태에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환헤지에 나설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 선물환 매도가 동시다발로 이뤄질 때 달러 환노출 배율이 국내 외환시장은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국민연금이 최근 '전략적 환헤지'에 나서며 환율 변동 리스크 대비에 나선 점도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국 처방 '수급 관리'… 달러보험·달러예금 조이기하지만 정책 대응은 말단 수요 관리에 집중돼 있다. 금융감독원은 고환율 국면에서 환차익 기대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달러보험·달러예금 마케팅 자제령을 내렸다. 실제로 달러보험 신계약은 1년 새 3배 가까이 늘었고, 달러예금 잔액도 4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불었다.금감원은 주요 보험사 임원을 소집해 판매 과정의 적합성·적정성 준수를 점검했고, 시중은행 외환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달러예금 유치 경쟁을 자제하고 원화 환전에 대한 우대 확대를 주문할 계획이다. 개인의 달러자산 축적이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운다는 판단에서다.은행권도 사실상 환율 방어 전선에 동원됐다. 외화예금 금리를 대폭 낮추거나,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환율 우대 폭을 키우는 방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외화예금 지급준비금 초과 예치분에 한시적으로 이자를 지급해, 은행이 해외에서 운용하던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도록 유도했다.다만 현장에서는 "환율 우대폭을 조금 조정하는 수준으로는 환율 상승 기조를 바꾸기 어렵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수급을 미세 조정하는 조치가 반복될수록 시장에는 내성만 쌓이고, 정책의 신뢰도는 오히려 약해진다는 것이다.동시에 강달러 흐름이 글로벌 금융 환경 전반과 맞물려 있는데 당국은 '서학개미' 탓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른다.외환시장 안팎에서는 이제 실질적으로 남은 카드가 한·미 통화스와프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액을 직접 쓰지 않아도, 위기 시 달러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신호만으로 환율 상단을 눌러온 '신뢰의 장치'로 작동해왔다.다만 미국을 설득할 논리와 외교 채널, 무엇보다 국내 정책 프레임의 정합성이 전제돼야 한다. 환율 급등의 원인을 '일시적 수급 왜곡'으로만 축소하는 한 스와프 협상 자체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 ▲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연합뉴스
◆ 한은 '5연속 동결'의 자기모순한국은행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번 결정에서는 의결문에서 그동안 유지해온 '추가 인하 가능성' 문구를 삭제하며, 사실상 통화 완화 기조를 접는 신호까지 시장에 보냈다.환율 부담이 판단의 핵심 배경이었음은 이창용 총재 스스로 인정한 대목이다.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총재는 환율을 이유로 완화 기조를 멈췄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환율을 잡기 위해 금리를 활용하지는 않는다"며 금리의 역할을 스스로 제한했다. 환율 때문에 금리를 묶어두면서도, 정작 환율 안정에 금리가 어떤 경로로 기여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은 셈이다. 통화정책이 환율에는 '영향을 받되', 환율 안정을 위해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모순된 메시지가 동시에 던져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이 과정에서 한은은 환율 상승의 원인을 과잉 유동성이나 통화정책의 누적 효과보다는 '일시적 수급 왜곡'으로 축소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 연기금의 자금 이동 등을 주요 변수로 지목하지만, 해외투자 누증에 따른 구조적 환노출과 외환시장의 깊이 제약이라는 근본 문제는 정책 프레임에서 뒷전으로 밀려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환율을 명분으로 금리를 동결했으나 환율을 관리할 수단과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다. 통화 완화도 아니고, 환율 방어도 아닌 어정쩡한 선택이 이어지면서 시장에는 '정책 공백'만 남았다는 평가다. 그 여파로 국채금리와 은행 조달금리는 먼저 반응했고 대출금리와 실물경제 부담으로 비용이 전가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환율 상단을 어떤 수단으로, 어디까지 관리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해법 대신 '동결'만 반복하는 통화정책으로 시장 신뢰를 깎아 먹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차라리 최중경이 낫다" … 강력한 외환개입이런 맥락에서 다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이름이 거론된다. 2000년대 초 그는 원·달러 환율 하락 국면에서 역외차액선물환(NDF)까지 동원한 강도 높은 시장 개입을 주도한 인물이다. 해외 딜러들 사이에서 '최틀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개입 의지가 분명했고, 환율 레벨에 대한 정부의 의중이 시장에 명확히 전달됐던 시기로 평가된다.당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국고 손실이 발생했고, 환율 왜곡과 도덕적 해이 논쟁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지금 다시 최중경이 소환되는 이유는 정책의 성패를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 외환시장에는 '잘못된 판단'조차 책임지고 내릴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현재의 외환 대응은 조각난 처방의 나열에 가깝다. 구두개입으로 눌러보고, 금융사를 불러 마케팅을 조이며, 개인 투자자와 연기금의 수급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환율 레벨에 대해 어디까지 용인하고, 어느 선을 넘으면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기준은 제시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수급을 말하고, 한국은행은 금리를 환율과 분리하며, 금융당국은 소비자 행동을 관리한다. 컨트롤타워라기보다 책임이 분산된 관리 체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최중경 시절과 지금의 차이는 개입의 강도가 아니다. 정책의 선명도와 책임의 귀속이다. 당시에는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선은 지킨다"는 메시지가 있었고, 그 판단에 대한 정치적·재정적 책임도 분명했다. 반면 지금은 환율이 흔들릴수록 메시지는 흐려지고, 책임은 더 넓게 흩어진다. 시장이 가장 불안해하는 상황이 바로 이런 경우다.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시장은 완벽한 정책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디까지 책임지고 대응하는지는 분명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은 팔꺾기나 일회성 이벤트로 오래 눌러둘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며 "정책 목표가 레벨 방어인지, 변동성 완화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마케팅 자제령이 아니라,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메시지와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